[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SK가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이 600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로 유럽 시장을 뚫었다.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지속적인 투자를 해온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SK㈜는 100% 자회사 SK바이오팜이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인 세노바메이트(Cenobamate)의 유럽 내 상업화를 위해 스위스 아벨 테라퓨틱스(이하 아벨)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계약금액은 약 6000억원(5억3000만 달러)로, 유럽 지역 상업화를 위해 이뤄진 중추신경계 기술수출 중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SK바이오팜은 이번 계약을 통해 반환조건 없는 선 계약금 1억 달러를 받고 향후 시판허가 등 목표를 달성하면 계약금 총액 중 나머지 금액(4.3억 달러)을, 판매가 시작되면 매출 규모에 따른 로열티를 받게 된다. 이번 계약으로 SK바이오팜은 아벨의 신주 상당량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스위스에 본사를 둔 아벨은 중추신경계 질환 신약 개발·판매를 위해 미국 노바퀘스트 캐피탈 매니지먼트와 유럽 LSP(Life Science Partners) 등 헬스케어 분야 유력 투자사들이 합작해 설립됐다. 아벨은 세노바메이트 개발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인력과 자금을 최우선적으로 투입해, SK바이오팜이 보유한 글로벌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유럽의약청(EMA)에 신약 판매허가 신청을 제출할 계획이다. EMA에게 시판 허가를 받으면 세노바메이트는 전통의 제약 강국인 영국·독일·프랑스·스위스를 포함한 유럽 32개국에 판매된다.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뇌전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8년 62억 달러(약 6.8조) 수준에서 2021년에는 70억 달러(약 7.8조)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유럽시장 기술수출은 지역별 특성에 최적화된 SK바이오팜의 글로벌 전략에 따른 것이다. SK바이오팜은 세계 최대 제약시장인 미국에서 임상 전(全) 과정부터 NDA까지 신약 독자개발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유럽에서는 시장 특성을 고려해 현지에 거점을 둔 파트너사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판매허가(NDA) 제출을 완료했다. 최근 FDA가 심사 개시를 공식화함에 따라 올해 11월 세노바메이트의 시판 허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판 허가 시 SK바이오팜은 2020년 미국 내 판매를 시작으로 유럽을 거쳐 향후 한·중·일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세노바메이트 상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SK관계자는 "SK는 1993년 신약개발 시작 이후 중추신경계 질환 신약개발에 주력해 왔다"며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