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이 용퇴를 결정했다. 현대상선은 3월 하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대표이사(CEO)를 추천하고 선임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유창근 사장은 20일 임직원들에게 "지난 2년 반 동안 현대상선 재건을 위한 기초를 닦았다고 판단한다"며 "2020년 이후 현대상선의 새로운 도약은 새로운 CEO의 지휘 아래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 사장은 지난 2016년 현대상선 사장으로 부임했다. 재임 중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비롯해 총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스크러버(황산화물 정화장치) 장착형으로 발주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 1월1일부터 시행하는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현대상선이 향후 글로벌 해운사들과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사진/뉴시스
그는 또 지난 2016년 외국사에 넘어갔던 부산 신항 4부두 운영권을 올해 초 되찾은 바 있다. 화주 신뢰 회복에 힘쓴 결과 초기 300만 TEU에서 450만TEU로 재임 중 50%에 가까운 물동량 확대를 이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유 사장이 용퇴를 결심한 것은 결국 채권단의 압박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유 사장이 현대상선 정상화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해운업 불황의 여파로 실적이 좋지 못했다"면서 "이런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채 채권단은 부진한 실적만 지적하고, 비난만 했으며 이에 유 사장이 많이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한번 맡겼으면 소신있게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밑고 독려해줘야 하는데, 단기간 성과만 보고 흔들기를 하는 채권단의 무책임한 행동이 또 다시 반복됐다는 것이다.
유 사장은 2014년 현대상선 사장직에서 퇴임한 후 인천항만공사 사장에 선임됐다. 2016년 한국의 해운업이 위기를 겪자 공모 과정을 거쳐 다시 사장 자리에 올랐다.
현대상선 경영진추천위원회는 유사장의 용퇴 의사 표명에 따라 오는 3월 하순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CEO를 추천할 예정이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