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국내 태양광 기초소재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업계 안팎의 목소리가 높다. 각국의 주요 태양광 기초소재 기업들이 정부의 뒷받침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있는 사이, 한국 기업들은 고사위기에 빠진 탓이다.
3일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주요 폴리실리콘 생산국인 중국과 미국, 독일 등은 정부가 전기요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전기 요금이 태양광 기초소재의 제조원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폴리실리콘의 경우 제조원가의 40%를, 잉곳과 웨이퍼는 원가의 30%를 전기요금이 차지한다. 중국과 미국, 독일 등의 폴리실리콘 업체는 정부 유관기관의 정책지원으로 지역 전기단가의 50~80% 수준으로 전력을 쓰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독일 정부는 폴리실리콘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기초소재 제조용 전기를 송배전원가와 세금 등 부대비용을 제외한 원가로 제공한다. 이에 따라 독일 바커는 전기요금에서 일부 세금과 기금, 전력망 부과금 등을 면제해 지역 전기단가의 25% 수준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도 주정부 차원에서 지역단가에 비해 폴리실리콘용 단가를 더 저렴하게 지원한다. 미국 헴록(Hemlock)은 미시건주의 지원으로 약 30% 저렴한 전기를 쓰고 있다. 미시건주가 주 경제 성장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장기간 전기 사용량이 많은 업체를 대상으로 전기요금 할인을 지원하고 있어서다. 미국 워싱턴주에 위치한 REC도 수력발전을 통해 지역 전기단가의 80% 수준으로 전력을 사용한다. REC는 최근 경영악화로 추가적인 인하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지방정부의 지원으로 한국보다 전기요금이 약 75% 저렴한 편이다. 예컨대 신장 자치구는 중국 서부지역의 경제 개발 촉진을 위해 전기요금 특가를 적용하고 있다. 신장에 위치한 다코(Daqo)는 신장자치구 정부와 증설할 때마다 전기단가를 인하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OCI의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사업장 전경. 사진/ OCI
반면 한국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국내 최대 폴리실리콘 생산기업인 OCI는 원가싸움에 밀려 국내 비중을 줄이고 말레이시아 공장 증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우현 OCI 사장은 지난달 11일 열린 2018년 4분기 실적발표회에서 "태양광 제품은 원가 싸움이지만 국내 전기요금은 중국보다 3배 비싸다"면서 "원가 경쟁력이 없다"고 밝혔다.
국내 폴리실리콘 업체들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도 받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은 화석연료 연소 등 직접배출과 전기, 스팀 등 간접배출로 구분되는데, 폴리실리콘은 온실가스 배출량 중 간접배출 비중이 95%이상을 차지한다. 문제는 독일이나 미국이 온실가스 간접배출을 실적에서 제외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간접배출도 실적에 포함한다는 점이다. 중국과 일본의 폴리실리콘 제조 업체도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현재 적용받고 있지 않다.
탄소배출권 할당 기준이 과거 3년치를 평균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시황이 좋지 않아 가동률을 줄이고, 이후 성장하는 시점에서 가동률이 높이면, 앞선 3년치 평균으로 탄소배출권이 할당돼 배출권 비용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이 10%만 늘어나도 해도 수십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제조원가의 경쟁력이 하락한다"며 "과거 3년치를 평균으로 적용해 탄소배출권을 할당되는 현재 방식보단, 사후 할당 방식을 적용하면 시황에 따른 과소할당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