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해나 산업 1부 기자
지금보다 20배 빠른 세상이 열린다. 5G 이야기다. 지난해 12월 이동통신 3사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5G 서비스 전파를 송출했지만 사실 그동안 소비자들이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5G 단말기가 아직 나오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한두 달 후부터는 소비자들이 5G 서비스를 직접 느낄 수 있을 전망이다. 주요 제조사들이 5G 스마트폰 출시를 줄줄이 대기하고 있고 이통사들도 5G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누가 5G 시장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향후 10년이 좌우되는 만큼 업체 간 신경전도 치열해졌다. 최근 접한 취재 뒷 이야기는 5G를 향한 기업 간 경쟁심을 실감케했다. A기업은 지난달부터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5G 스마트폰 체험존을 열었다. 이달부터는 B기업이 코엑스에 5G 체험존을 마련하고 5G 스마트폰을 전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B기업은 행사 시작 전날 코엑스 관계자로부터 일정을 재조정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먼저 전시를 시작한 A기업에서 다른 기업의 5G 체험존 마련을 경계했다는 설명이었다. 행사를 불과 하루 앞두고 체험존 설치가 불투명해진 B기업은 혼란에 빠졌다. B기업 관계자는 “A기업이 코엑스 측에 광고 등을 이유로 압력을 행사했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B기업은 재협의를 거쳐 행사를 계획보다 며칠 늦출 수밖에 없었다. 한 관계자는 “행사를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지만 다른 기업의 행사를 저지하려는 시도는 도를 넘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에게 단독으로 5G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다른 기업의 계획을 지연시키려는 시도까지 한 점은 지나친 욕심이라는 것이다. 행사 공간을 제공하는 코엑스 측과 당사자인 A기업은 “협의 중이었던 사안이라 할 말이 없다”, “전혀 인지하지 못한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 같은 해프닝은 서비스가 시작될 때와 시장이 크게 성장할 때 종종 일어났다. LTE때도 이통 3사는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지고 신경전을 벌였다. SK텔레콤이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라고 TV 광고를 냈지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소비자 평가단 100명에 그치므로 잘못된 표현이라는 지적이었다. 이는 KT와 LG유플러스의 광고 금치 가처분 신청으로까지 번졌다.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LG전자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광고하면서 사용한 ‘완벽한 컬러’와 ‘역대 최고 화질’ 등의 표현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광고심의기구에 제소했다. 영국 다이슨도 LG전자에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코드제로A9의 흡입력을 과장해 광고했다며 광고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성장하는 시장에서 경쟁사들이 서비스의 자웅을 겨루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다른 기업을 깎아내리거나 서비스를 제지하면서까지 경쟁을 벌이는 것은 지양해야 옳다. 5G 시대가 오면서 빨라진 서비스만큼 향상된 경쟁의식을 기대한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