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자본시장에 특사경이 도입된다. 갈수록 지능적이고 복잡해지는 불공정거래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파생상품 활성화를 위해 민간영역인 증권사도 지수(Index)를 개발할 수 있게 된다. 개인투자자의 파생상품 진입 장벽도 낮춘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9년 금융위원회 업무계획'을 7일 발표했다. 올해 5대 추진과제로 △경제활력 뒷받침 △핀테크 등 금융혁신 가속화 △소비자 중심 금융시스템 구축 △투명하고 공정한 자본시장질서 확립 △금융 대응체계 구축 를 제시하고 20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질서 확립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수 분야의 범죄에 한해 행정공무원 등에게 경찰과 동일한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인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도입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외에 불공정거래 조사체계를 정비하고, 그 제재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금융위 "금감원 직원 특사경 추천…법무부와 협의중"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금융감독원의 일부 직원이 특사경으로 임명되면 주요 범죄행위에 대해 사법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시세조종(주가조작)과 미공개 정보 이용 등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에서 통신기록 조회와 압수수색 등을 활용한 강제수사를 벌일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무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며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지난 2015년 8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되며 금감원 직원이 특사경 추천 대상에 포함됐지만 금융위는 사법경찰권 오남용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해왔다. 기존에는 증선위를 거쳐 위법사항에 대해 검찰로 이첩됐지만 특사경이 도입되면 수사초기부터 검찰이 개입할 수 있게 돼, 증선위 역할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새어나온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입장을 선회해 특사경 추천을 추진하는 것은 정부 차원의 불공정거래에 관한 척결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미공개 정보이용과 시세조종 등의 전통적인 불공정거래에 관해 과징금 제재가 더해진다. 기존에는 형벌 부과만 가능했다. 올해 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제재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주주총회 활성화와 공시품질 제고 등을 위해 관련 제도도 손질한다. 대표적으로 일명 '5%룰'이라 불리는 주식 대량보유 보고 제도를 개선한다. 현재 외부 용역 중으로, 결과가 나오면 이를 참고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들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며 주주권 행사가 활발해지는 분위기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이 제도는 특정기업 지분을 5% 이상 가진 투자자가 지분이 1% 이상 변동될 경우 5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한 규정이다.
다만 금융위는 특정기업 지분을 10% 이상 가진 투자자가 지분이 1주 이상 변동되면 신고하는 제도인 '10%룰' 개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 1월 국민연금이 한진칼 경영참여와 관련해 10%룰에 관해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10%룰 개선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이외에도 △이사보수 공시 확대와 △노동·소비자 관련 등 비재무적(ESG)정보 공시가 확대된다. 회사에 불리한 악재성 공시를 명절이나 연말 등 증시폐장 직전 공시하는 이른바 '올빼미 공시' 기업 리스트를 공개해 이를 줄여간다는 방침이다.
"증권사가 직접 지수 개발 나서…파생상품 다양화 제고"
올해 금융위의 자본시장 신규 과제로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 △자산운용산업 규제 개선을 제시했다. 위클리옵션과 국채 스프레드(10년물-3년물) 거래 등 다양한 상품군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증권사가 지수(Index)를 직접 개발해 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게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양한 상품이 나올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기 위해 민간이 자율적으로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거래소가 소유권을 가지고 상장심사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20시간 사전교육과 50시간 모의투자 등 개인투자자가 파생상품상품을 거래하는 데 존재했던 진입장벽도 문턱을 낮춰 개인투자자의 상품 거래를 유도할 방침이다.
이밖에 △펀드 기준가격 산정 프로세스 개선 △부동산개발신탁 사업비 조달 규제 완화 등 투자자 불편을 초래하거나 시장 자율성을 해치는 자산운용산업의 규제도 개선한다. 자산운용산업 규제 개선안은 오는 11일 발표된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