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비 해운출신의 '물류 전문가' 배재훈(66)전 범한판토스 대표이사가 현대상선의 정상화를 이끌 수장 자리에 오른다. 현대상선의 고객인 화주의 시각으로 회사의 경영 혁신을 이룰 것이라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내린 결론이다. 배 내정자는 해운업의 불황을 뚫고, 2M 얼라이언스(해운동맹)을 유지해야 하는 등의 과제를 안게 됐다.
산업은행은 지난 6일 현대상선 경영추천위원회 결의를 통해 배 전 대표를 현대상선 신임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최종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배 내정자는 다음주 현대상선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오는 27일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면 정식으로 취임한다.
현대상선 사장에 배재훈 전 범한판토스 대표가 내정됐다. 사진/뉴시스
산은은 배 내정자가 대형 물류회사의 CEO를 6년간 성공적으로 역임한 물류전문가로서, 영업 협상력과 글로벌 경영 역량, 조직관리 능력 등을 겸비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화주의 시각으로 현대상선의 현안들에 새롭게 접근해 경영혁신 및 영업력 강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산은 측은 "인력 채용 전문기관에서 경력과 능력을 평가해 추천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복수의 외부기관 평판조회 및 면접 등을 통해 최적의 CEO 선임 과정을 진행했다"며 "배 내정자는 회사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에 큰 역할을 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업계서는 배 내정자가 비 해운업계 인사라는 점을 다소 우려하고 있다. 현대상선 출신의 해운업에서만 30년을 종사했던 컨테이너 영업 전문가인 유창근 전 사장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해운업계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대상선은 풀어야 할 과제들을 앞두고 있다. 현대상선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지난해는 전년보다 적자가 1697억원이 더 늘었다. 내년 3월 종료되는 해운동맹 '2M(머스크·MSC)'과 전략적 협력관계 재협상 및 2020년 1월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규제에도 대응해야 한다.
다만 현대상선은 컨테이너부분과 항문부분에서 외부 전문가가 영입돼 배 내정자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컨테이너 영업 총괄로는 박진기 전 한진해운 상무가 영입될 예정이다. 박 전 상무는 한진해운에서 컨테이너 사업을 오래 맡았던 전문가로, 글로벌 얼라이언스, 미주 영업 등에서 경험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컨테이너부분과 항만부분은 외부 전문가가 영입될 예정이라, 해운에 대한 전문성은 어느정도 보강된 상황"이라며 "물류 전문성도 해운과 큰 연관성이 있고, 역지사지 차원에서 물류 전문가를 선임했기 때문에 비해운출신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 내정자는 배명고와 고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 LG반도체 미주지역 법인장과 MC해외마케팅 담당 부사장을 거쳐 범한판토스 대표를 지냈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