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위탁 생산) 등 비메모리 분야 키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하락해 실적 악화가 현실화 되면서다. D램에 의존도가 높았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위험요소를 분산시킨다는 의도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업체와 손을 잡고 홍콩에 반도체 패키징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비메모리 부문의 실적 성장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미국 반도체 설계 및 제조업체 사이프레스와 홍콩에 합작법인 스카이하이 메모리(Sky High Memory Limited)를 세우기로 합의했다. 합작법인은 다음달 1일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측은 “스카이하이 메모리가 반독점 규제 관련 심사를 마치고 출범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이천 사옥. 사진/뉴시스
해당 법인에 대해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60%, 사이프레스는 40%의 지분을 보유한다. SK하이닉스로부터 싱글레벨셀(Single Level Cell, SLC) 낸드플래시 웨이퍼를 공급받아 반도체 패키징 및 유통 사업을 진행한다. 사이프레스는 영업을 지원하고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전반적인 법인 운영을 맡는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오랫동안 해당 사업 분야에서 발을 넓혀온 사이프레스와의 협력을 통해 보유 제품군을 확대하고 고객층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수요처와 미리 계약을 맺고 주문 생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고객사 확보가 중요하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지난해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부문을 분사해 만든 자회사다. 지난해 매출 5543억원, 당기순이익 606억원을 기록하며 1년 만에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지난해 지난 7월 중국 투자 회사인 우시산업집단과 함께 중국 장쑤성에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는데 이어 이번 합작사 설립까지.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려는 것은 D램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 비중은 80% 반면, 비메모리사업은 1%정도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5위권 밖인 파운드리 사업 성장을 위해서 매물로 나온 글로벌 파운드리나 매그나칩 반도체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2030년 비메모리 분야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올해부터 시스템 메모리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5G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5G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5G를 지원하는 칩셋의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지 센서 부문에서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 20%(2018년 11월 기준)를 차지하며 소니의 뒤를 잇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뉴시스
그동안은 자동차를 만드는 데 반도체가 많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점점 확대되면서 자동차용 시스템 반도체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팅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오는 2025년 전 세계 자율주행 시장 규모는 약 420억 달러(46조6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글로벌 2위로 올라선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하반기부터 극자외선(EUV)를 적용한 7나노 공정에서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퀄컴과 IBM 등 주요 IT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삼성전자 비메모리 부문의 실적 성장이 이뤄지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비메모리 부문 중에서 DDI(Display Driver IC)는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QD-OLED TV 판매 확대, CIS(CMOS Image Sensor)는 트리플 카메라 채택률 증가, 파운드리는 신규 팹리스 고객 확보 등을 통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