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적자를 냈던 국내 정유사들이 최근 들어선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다. 국제 유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정제마진도 반등하면서 정유사들의 1분기 실적 회복이 예상된다.
1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 이익의 핵심지표인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최근 3주 연속 상승하며 배럴당 4달러대를 회복했다. 3월 첫 주 정제마진은 4.2달러로, 지난 12일에는 연중 최고치인 4.37달러까지 올랐다. 정제마진이 4달러를 넘긴 것은 지난해 11월 넷째주 이후 처음이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것으로, 정유사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1월말 한때 1.5달러까지 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여 만에 거의 3배 수준으로 오른 셈이다.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BEP)인 4~5달러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정유사들은 "최악은 피했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정제마진 하락으로 정유사들은 대규모 적자를 냈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지난해 4분기 석유 부문에서 모두 적자를 기록하며 총 영업손실이 1조원을 넘어섰다.
정제마진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원유 과잉 공급을 야기했던 미국 석유업계의 정기보수가 진행되면서 동시에 계절적 석유제품 수요가 개선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96~98%까지 올라갔던 미국 정유사들의 시설 가동률은 3월 초 들어 87%대로 하락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는 약 390만배럴 감소했다. 두바이유에 비해 가격 하락이 심했던, 미국 정유사들이 석유제품 생산에 사용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가격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단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국제유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단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 정기보수와 함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지속, 정정불안에 따른 베네수엘라의 수급 악화 등으로 지난해 말 50달러대로 추락했던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66~67달러대로 회복했다. 작년 말 42달러대였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지난 15일 58달러대까지 상승했다. 4개월 사이 최고 수준이다.
정제마진 개선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5월까지는 아시아와 미국 정유사들의 정기보수가 이어질 예정이며, 2분기 휘발유와 경유 성수기를 앞두고 있어서다. 다만 국제 유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지 않아는 우려는 남아있다. 중동발 공급감소 우려가 유가상승을 부추기고 있지만, 미국의 경제지표 둔화 및 유럽발 경기 둔화 우려감이 상승세를 제한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크게 둔화되었던 정제 마진은 휘발유를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다"며 "미국 정유사들의 정기보수는 아직 진행 중으로, 정제마진이 정상수준으로 개선될 때까지 회복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