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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1년째 왕좌 수성
한진·금호아시아나 최하위권 지속…총수 퇴진으로 귀결
입력 : 2019-04-01 오전 7: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LG가 1년째 가장 신뢰하는 재벌 1위를 지켰다. 구광모 역시 총수에 이름을 올린 6월부터 11개월 동안 꾸준히 선두를 유지했다. 삼성은 1년째 2위를 지켰고 이재용 부회장 역시 최종 2위로 올라섰으나 선두를 빼앗지는 못했다. 현대자동차는 실적 하락과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3위에서 4위로 떨어졌지만 정몽구 회장은 3위에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사회적 가치를 앞세워 대내외적인 이미지 개선에 나선 SK는 현대차를 누르고 최종 3위에 올랐다. 5위를 차지한 CJ와 6위에 오른 GS는 1년 내내 근소한 차이로 순위경쟁을 벌였다. 
 
하위권도 1년간 고착화되는 모습이었다. ‘물벼락 갑질’로 시작돼 탈세·횡령·배임 등의 혐의까지 얻은 조양호 회장과 한진은 1년 내내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해 경영 일선에서 내려온 박삼구 회장과 금호아시아나는 각각 26위와 28위로 1년간의 신뢰지수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이밖에도 횡령 배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중근 부회장과 부영, 아들의 보복 폭행 논란을 일으켰던 김승연 회장과 한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연루돼 구속됐다가 지난해 10월 풀려난 신동빈 회장과 롯데가 하위권에 머물렀다.
 
 
 
LG는 1일 발표된 ‘4월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 행태부문 재벌그룹 항목에서 1위(38.6)에 올랐다. 재벌그룹 전체점수는 △한국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재벌 △한국 사회의 통합과 발전에 기여하는 재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재벌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된 긍정점수와 △국가 및 사회 발전에 악영향을 주는 재벌로 구성된 부정점수를 합산해 도출했다. △사회에 영향력이 큰 재벌 항목은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점수 합산에서 제외했다. 총수 항목 역시 같은 방식으로 결과 값을 구했다.
 
LG는 1년 내내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구본무 회장이 별세한 이후 LG는 한동안 전체점수가 하락했다. 하지만 마무리는 긍정적이었다. 하락세를 끊고 재벌 신뢰지수 조사 초창기인 지난해 8월 수준으로 회복했다. 특히 사회발전 기여(21.5)  문항에서 삼성(20.7)을 제치고 1위를 되찾았다. 이는 총수 전체점수에서도 확인됐다. 구광모 회장은 38.4로 지난해 7월 수준의 점수를 회복했다. 사회발전 기여 문항에서 이재용 부회장보다 앞섰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 문항에서는 점수차를 9.2까지 벌렸다. 
 
LG는 재벌에게 일상이던 경영권 분쟁과 일탈에 따른 구설에 전혀 오르지 않았고 고 구본무 선대회장의 생전 선행이 다시 부각되면서 선두를 지킬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후에도 이런 후광효과는 계속됐지만 지난해에는 구광모 회장의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고 상속문제와 계열사 분리 문제 등이 남아있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 참석으로 데뷔전을 치른 이후 올해 1월 청와대 신년회와 기업인과의 대화 등에도 모습을 드러내며 총수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지난해 연말 인사와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새로운 체제를 자리잡아가는 모습이다.  
 
이달 삼성은 33.8, 이재용 부회장은 28.0으로 1년을 마무리 지었다. 삼성은 1년 동안 전체점수가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지난해 5월(22.6)과 비교했을 때 11.6이나 점수가 올랐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12.3으로 3위였지만 이달 최종 2위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집행유예로 출소한 이후 한동안은 해외를 돌며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탐색했다. 그러다가 7월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마주한 이후 3년간 18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안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대외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는 연초부터 정부의 공식일정에 모두 참여했고 현장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영표 원내대표를 직접 맞았다. 인도 총리, 아부다비 왕세제 방한 때도 글로벌 경제외교관 역할을 해내면서 신뢰점수를 쌓았다는 분석이다.  
 
현대차(14.7)는 1년 전과 비교해 전체점수는 1.3 올랐지만 순위는 한 계단 내려온 4위에 머물렀다. 정몽구 회장(14.8) 역시 순위는 지켰지만 지난해 9월 이후 급격하게 하락한 점수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 업황 부진 등의 여파로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거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올해는 광주형 일자리 타결, 연이은 신제품 출시,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 공고화 등을 통해 도약을 꾀하고 있다. SK(15.8, 3위)는 지난해 5월(10.2, 6위)보다 전체점수가 5.6 오르며 큰 개선을 보였고 최태원 회장은 전체점수가 지난해 5월 3.3(11위)에서 이달 12.8(3위)로 크게 뛰어올랐다. SK가 전사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가 성과를 내고 있는데다 최 회장이 총수일가 3세 중 맏형으로서 노릇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진(-16.7)과 조양호 회장(-19.2)은 끝내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진가의 일탈 행위는 결국 조양호 회장의 퇴진으로 귀결됐다. 지난달 27일 오전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직을 내려놓게 됐다. 조 회장의 연임을 위해서는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했지만 2.5% 남짓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금호아시아나(-5.7, 28위)와 박삼구 회장(-4.7, 26위)도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박 회장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논란에 휘말린 데다 올해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삼일회계법인이 감사에서 ‘한정’ 의견을 내면서 자진 퇴진이라는 강수를 두게 됐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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