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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신창재·박삼구까지…주주 공세에 떠는 총수들
이번 사례들로 주주행동주의에 힘 실릴 가능성…재계 "윤리적인 판단은 지양해야"
입력 : 2019-03-28 오후 6:57:4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대기업 총수들의 퇴진이 이어지고 있다. 경영진의 잘못에 책임을 묻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거세지면서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주주 행동주의에 한층 더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총수들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주주 행동주의란 주주가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활동이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오래전에 정착됐으나 국내에서는 재벌 총수 등 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해 드러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국민연금이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을 도입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주주 행동주의 활성화에 전환점을 제공했다. 
 
첫 사례는 조양호 회장이었다.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해당 안건이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조 회장은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반대의 주된 이유는 조 회장이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권을 침해한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특히 26일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연임 반대를 결정한 점이 주주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개인 주주들이 국민연금, 언론 등을 통해 의견을 반영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대표 연임안 부결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양호 한진 회장. 사진/뉴시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역시 20년 만에 주주인 재무적투자자(FI)에게 경영권을 뺏길 위기에 처해 있다. 문제의 발단은 신 회장이 지난 2012년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등 FI와 체결한 주주간계약(SHA)에서다. 이 계약에는 교보생명이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을 경우 FI가 신 회장 개인을 상대로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FI는 교보생명이 2019년 현재까지 IPO를 하지 못하자 지난해 11월 신 회장을 상대로 2조122억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했다. 최근에는 FI들이 신 회장을 상대로 대한상사중재원(이하 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중재원의 판결 결과에 따라 신 회장의 경영권 유지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신 회장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6.9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우호 지분인 PEF 운용사 코세어(9.79%)를 합하면 46.7%에 달한다. 반면, FI는 29.34%를 확보하고 있다. 풋옵션이 없는 캐나다 온타리오교원연금(7.62%) 등이 FI 편에 설 경우 다수 지분은 FI에 넘어갈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인다. 중재원이 FI가 요구한 주당 40만원의  공정시장가치를 책정하면 신 회장 지분 10%가량이 FI에게 넘어간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사진/뉴시스
 
28일 박삼구 회장까지 퇴진 의사를 밝히자 주요 기업 총수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박 회장의 퇴진은 29일 예정됐던 아시아나항공과 모회사인 금호산업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뤄졌다. 지난 21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삼일회계법인이 ‘한정’ 의견 감사보고서를 제출한데 이어 수정한 최종 감사보고서에서도 부채 수준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면서다. 투자자가 이해할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시장 불안이 더 커지고 주주들의 비난은 거세질 것이라는 압박이 자진 퇴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재계는 주주 행동주의가 윤리적인 가치에 치중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주주 행동주의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업가치 제고라는 판단에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한항공 주주 총회가 “여론에 휩쓸려 결정됐다”고 지적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연금 사회주의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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