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시스템 반도체 회사 매그나칩반도체(이하 매그나칩)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SK하이닉스의 결정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그나칩은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가 15년전 경영난 때문에 매각한 사업부문이 모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메모리 반도체 침체로 인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비메모리 부문의 강화를 공언하고 나서면서 매그나칩의 매각 향방이 주목받고 있다.
1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매그나칩은 지난 2월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 매각주관사로 JP모건을 선정하고 인수후보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고 있다. 이달부터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 등 구체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할 방침이다.
매그나칩 반도체 미국 본사. 사진/회사 홈페이지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를 인수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매그나칩이 원래 하이닉스반도체의 시스템 반도체 부문이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1999년 현대와 LG의 빅딜로 탄생한 하이닉스는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2004년 씨티벤처캐피털에 약 1조원을 받고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문을 매각했고 사업부문은 매그나칩으로 독립했다. 매그나칩은 파운드리(위탁 생산) 전문회사로 한때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8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막대한 부채로 인해 구조조정과 법정관리, 여러 번의 매각 시도를 거치면서 경쟁력이 다소 약화됐다.
SK하이닉스가 최근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에 힘을 싣고 있고, 매그나칩이 SK하이닉스의 비메모리 생산라인과 같은 충북 청주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근거로 꼽힌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부터 급격한 하강 국면으로 들어서자 반도체 업계에서는 메모리 편중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비메모리를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메모리 시장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매그나칩을 다시 가져가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면서 “매그나칩이 원래부터 SK하이닉스와 일부 시설을 공유하고 있고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SK하이닉스의 인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매그나칩이 구형이라는 200㎜ 팹만 보유하고 있어 인수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자회사 시스템IC는 중국으로 이전하고 SK하이닉스는 용인 클러스터에서 비메모리 팹을 구상하고 있어 매그나칩의 매력도가 낮다는 의견도 나온다. 매그나칩 국내 인력 1500여명의 고용승계도 부담이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