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원화약세가 심화되면서 투자자의 고민이 커진다. 원·달러 환율이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로 오르면서 원화약세가 뚜렷해지자 자산 리밸런싱에도 비상이 걸린 것이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항공주나 음식료, 전력주 등에는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수출 비중이 높은 IT, 2차전지, 의류주 등은 원화약세 국면에 맞설 만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
항공·전력·음식료주 등…원자재 가격 '부담'
미국증시가 사상최고가 행진을 펼치고 있는데도 국내증시는 달러강세의 영향으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2년래 최고 수준인인 98포인트를 돌파하면서 신흥증시를 비롯한 위험자산 전반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강세가 진정되려면 글로벌 전체 경기에 대한 신뢰가 강화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 달러표시자산에 대한 매력이 더욱 부각되는 분위기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강한 달러는 상대적으로 비달러 자산의 매력도를 낮추고, 달러 조달비용 증가로 인해 미국 외 지역의 유동성 긴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자재를 비롯한 주요 상품 가격의 하락을 유도해 신흥국 경제에 대한 투자심리도 약화되며, 한국을 포함해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이중고를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항공주들은 원화약세와 고유가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65달러를 돌파하는 등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항공사들의 유류비 부담이 커진 것이다. 여기에 원화약세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은 달러 차입금으로 항공기를 구매하거나 항공리스를 하기 때문에 원화약세가 이어지면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원유, 천연가스 등을 수입하는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도 마찬가지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월 중순 이후 한국전력 주가는 유가, 환율상승 등으로 인해 고점 대비 21% 하락했다"며 "유가는 배럴당 1달러 상승 시 연간 2000억원, 환율은 달러당 10원 상승 시 2000억원의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증가하는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밀, 콩, 설탕 등 원재료 가격이 부담되는 음식료 업체들도 마찬가지. 또 달러가격이 오를수록 여행비용이 커진다는 점에서 원화 약세는 여행업체에도 반갑지 않은 이슈다.
수출비중 높은 IT가전·의류주 호재
반면 원화약세로 수혜가 기대되는 섹터도 있다. NH투자증권은 IT, 2차전지, 바이오시밀러를 5월 포트폴리오에 담을 만한 원화약세 수혜주로 꼽았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약세에 따라 수출주가 부각될 것"이라며 "자동차보다는 주가모멘텀이 있는 IT가전, IT하드웨어, 수출하는 내수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의류업체들에게도 원화약세는 우호적이다. 휠라코리아, 한세실업 등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코스피 섬유의복지수는 올 들어 2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8%)의 3배가 넘는다.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 위험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은 인컴형 자산에도 관심이 높아진다. 배당주식 또는 국공채·신흥국채권·하이일드채권이나 리츠(Reits)·부동산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환노출형 펀드는 달러강세 국면에서 환차익이 더해진다. 해외부동산 펀드 중에서도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 직접 수혜를 얻게 돼 최근 증시에서 거래되는 가격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