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카브리해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꼽히는 바하마(Bahama)가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산업의 새로운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바하마 정부 차원에서 세금감면 등 혜택을 통해 블록체인 기업 유치와 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바하마는 암호화폐 시장의 선구자가 되기 위해 법정화폐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한편 범죄 수익은닉을 비롯한 '검은돈(black money)'에 대해선 강력히 대응해 정책 균형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바하마 프리포트시의 돈 코니시(Don G.Cornish) 주지사는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를 이용한 테러자금이나 자금세탁 등은 철저히 막되, 블록체인 산업에 대해선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돈 코니시 주지사는 바하마를 '블록체인 선도국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사진/백아란기자
바하마, 금융업에 블록체인 접목 추진…"실물경제 활용"
돈 코니시 주지사는 국제블록체인협회(IDACB·International Decentralized Association do Crytocurrency&Blockchain) 이사회 일원으로, 바하마 정부의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특히 지난 29일부터 양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2019 블록체인 인베스터 서밋(Blockchain Investor Summit)'에 참석해 바하마의 블록체인 정책 방향을 소개하기도 했다.
현재 바하마에는 암호화폐 시가총액 8위(코인마켓캡 기준)인 테더(USDT)가 바하마 소재의 델텍 은행(Deltec Bank)과 파트너십을 맺고 자산을 예치하고 있으며, 최근 크립토 직불카드 출시를 예고한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자 존 맥아피(John McAfee)도 바하마에 체류 중이다. 작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4333달러로, 28위인 대한민국(3만2046달러·IMF 기준)보다 순위가 2단계 높다.
돈 코니시 주지사는 "바하마는 관광산업이 경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못지않게 금융업 또한 발달돼 있다"면서 "100년이 넘게 투자(IB)은행 등과 국제적으로 관계를 쌓아왔고 높은 역량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부에서는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금융업과 관련해 적극적인 투자도 하고 있다"며 "특히 금융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관련 생태계도 강화하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실제 바하마는 중앙은행 차원에서 디지털화폐를 활용한 통화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해저 밑에 가라앉은 유물 발굴 등을 통해 모든 유형의 자산을 토큰화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돈 코니시 주지사는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는 개발하려는 초기 단계로,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현재는 해양유물과 블록체인을 결합한 일종의 해적의 보물을 찾는 'PO8(Piece of 8)' 프로젝트를 비롯해 다양한 블록체인 사업들이 추진단계에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암호화폐(Virtual Currency) 역시 아직은 시작 단계"라고 평가하면서도 "현지 법정 화폐로 암호화폐 매매가 가능한 피아트 투 크립토(fiat-to-crypto)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실물 경제에 활용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 현지 결제 시스템을 마련하고 STO(증권형 토큰 공개)형태의 프로젝트를 통해 자산유동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돈 코니시 바하마 주지사(왼쪽에서 두번째)가 '블록체인 투자자 써밋'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백아란기자
투자기업에 다각적 인센티브 지원…"보호와 자율 동시에 제공해야"
이와 함께 해외 유망 암호화폐 프로젝트와 블록체인 기업 유치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돈 코니시 주지사는 "바하마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심이 많고 투자를 강화하려고 한다"며 "제대로 된 기술을 지닌 기업을 유치하고,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몰타, 싱가포르 등 친(親)블록체인 나라들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기반을 갖고 있다"며 "블록체인 비즈니스 확대와 인재 육성을 위해 세금면제(Zero Tax), 특별 비자 프로그램, 법률 지원 등 다각적인 방면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금융업을 잘 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라틴 아메리카, 미국 등 많은 기업들이 바하마에서 투자를 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올해 상반기 말에는 디지털 토큰 트레이딩 등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블록체인 사업을 합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 산업혁신과 육성을 지원한다는 의미다. 단 자금세탁 등의 문제에 대해선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돈 코니시 주지사는 "암호화폐 공개(ICO)나 STO를 진행하거나 거래소 사업 등을 추진할 경우 정부 당국이 요구하는 방식에 따라 이를 등록하고, 허가받아야 한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암호화폐와 관련해) 우려하는 자금세탁 등의 문제를 바하마 정부 또한 엄격히 보고 있고, 바하마에 들어오는 자금이 깨끗하다는 것, 청렴성을 보장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조건적인 금지 정책보다) 보호와 자율을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면서 "바하마는 신사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가이드를 제공하는 등 역동적인 산업을 대변하는 '디지털 자산의 선구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한편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해 대응하는 한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선 "'옳다 그르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다만 "현재 국가별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정책은) 상이하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은 미래에도 계속될 것으로 국제적인 합의와 표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