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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적합업종, 외국계만 웃는다)LED, 중고차 시장 외국계에 내줘
중기간 경쟁제품, 생계형 적합업종 확대로 '제 2의 LED' 비극 우려
입력 : 2019-05-07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대기업이 중고차 업계에 있을 때는 정부 눈치가 보이니 보상도 주고 영업도 지켜주면서 중소기업이 이익을 얻기도 했는데, 대기업이 빠지고 외국계기업이 시장에 들어오자 오히려 중소기업이 설 자리마저 빼앗겼다.”
 
중고차 매매시장에 외국계업체들이 활개를 치자 중소기업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벤츠, BMW 등 주요 수입차 6개 브랜드의 ‘인증 중고차’ 판매량은 지난 2017년 약 2만 3168대로 2016년 1만 3401대보다 약 73%나 증가했다. 2013년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2016년 당시 SK엔카는 818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국내 중고차 거래 업체 1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중기 적합업종 지정 이후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SK그룹은 2017년 SK엔카의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SK엔카가 떠난 시장에서는 중소기업이 아니라 국내법 규제를 받지 않는 수입자동차 업체들이 득세하는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 등 고급 수입차 업체들은 인증 중고차란 이름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발광다이오드(LED) 시장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LED 산업은 2011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삼성전자, LS산전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철수했다. LG이노텍은 2010년 약 1조원을 투자해 경기 파주에 LED 공장을 지었지만 LED 적합 업종 지정으로 수년간 LED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면치 못했다. 결국 2015년 LED산업은 오히려 시장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이유로 중기 적합업종에서 제외됐지만 국내 시장은 필립스와 오스람 등의 외국계 기업에게 시장의 80% 이상을 잠식당한 상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TV에 탑재되는 LED칩부터 자동차 조명용 LED까지 중기 적합업종 지정 이후 사업이 축소돼 이제는 대만이나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기적합업종 지정으로 인한 국내 기업 역차별이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업계가 규제에 갇혀 주춤한 사이 외국계 대기업이 그 자리를 꿰찬데 이어  법적 규제를 더한 생계형 적합업종까지 등장하면서 중고차 매매업과 LED 사례가 식품·유통업, 의약품, 정보통신기술(IT)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D프린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은 중기적합업종은 아니지만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선정됐다. 중기 간 경쟁제품은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중 판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품목에 대해 대기업의 공공 조달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다. 업계는 아직 중소용량급 ESS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시장 진출이 막히면 ESS 산업자체가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ESS는 최근 1년여 동안 발생한 화재·폭발사고가 10건에 달할 정도로 안전성과 신뢰성이 중요한데, 중소기업의 기술역량만으로는 이를 담보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의견이다. 3D 프린트 역시 국내 중소기업이 적층융합제조방식(FDM)을 넘어 다양한 산업용 프린터까지 진출하기에는 기술적인 진입장벽이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제 신산업으로 성장해나가는 3D프린팅 산업을 규제하면 역효과가 생길 것이란 의견이 대체적이다. 
 
문제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등으로 적합업종 신청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도입한 생계형 적합업종은 제도 시행 3개월여 만에 14개 업종이 심사를 요청했고 현재 신청을 준비 중인 업종들도 있다. 기업이나 협회가 일정 양식만 갖추면 신청이 되고 정부는 큰 결격 사유가 없는 한 검토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앞선 사례들과 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적합업종 지정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를 계속 시행한다는 전제 하에 업종 지정 과정을 보다 엄격하게 해야 하며 부처 간 협의에서도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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