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중국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세를 넓히고 있다. 중국 TCL은 처음으로 TV 판매량 시장점유율 10%를 돌파하며 시장 1·2위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22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TCL의 점유율(수량 기준)은 10.8%로 중국 TV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10%를 넘었다. 2017년 7.1%, 지난해 8.0%까지 점유율을 늘렸다가 단숨에 10%를 넘은 것이다. 다른 중국 업체들의 선전 역시 돋보였다. 4위인 하이센스는 지난해에 이어 7.2%를 유지했고 5위 샤오미는 5%를 넘어섰으며 6위 스카이워스는 4.8%로 0.6%포인트 올랐다.
반면, 삼성전자는 판매량 시장점유율이 지난 2017년 3분기 20% 아래로 처음 떨어진 이후 올해 1분기에도 18.8%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TV 생산량은 지난 2017년 3945만대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4000만대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는 이보다도 적은 3722만대를 기록했다. LG전자 판매량 시장점유율 역시 지난해 하락했다가 올해 1분기 들어서야 12.8%로 회복세를 보였다. 1분기 점유율이 1% 이상인 브랜드 가운데 중국 브랜드를 합산하면 35%를 넘었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계 점유율은 31.6%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무기는 프리미엄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금액 기준 점유율은 각각 29.4%와 16.5%로 작년 평균(29.0%, 16.4%)보다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QLED TV와 마이크로LED TV 투트랙으로,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로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을 꾀하고 있는 소니 역시 판매량 기준으로는 1분기 7위(4.1%)에 그쳤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여전히 3위(8.3%)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중국 업체들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중저가 TV 시장을 잠식한 데 이어 프리미엄 제품 시장도 넘보고 있다. 이번 자료를 살펴보면 TCL은 금액 기준으로도 지난해 5.7%였던 점유율을 7.5%까지 올렸고 하이센스와 스카이워스 시장점유율 역시 각각 0.5%포인트, 0.7%포인트 올랐다. 최신 기술이나 수익성 측면에서는 한국 기업과 다소 격차가 있지만 빠른 속도로 틈을 좁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이 프리미엄 시장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8K TV 시장 진출도 적극적이다. 중국은 2022년 2월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맞춰 8K 방송과 8K TV의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갈 계획이다. 패널 업체들의 초대형 초고화질 LCD 패널 양산은 중국 업체들의 프리미엄 TV 시장 확대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가격경쟁력뿐만 아니라 기술력도 상당히 따라잡은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한국 업체들이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초격차 전략을 통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