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올 1분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분기에 이어 1분기에도 인텔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줬다.
29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1162억달러, 138조7300억원) 대비 12.9% 감소한 1012억달러(120조8200억원)를 기록했다. IHS마킷은 “분기 매출로 보면 2009년 2분기 이후 연간 대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라며 “지난 1분기 반도체 시장에서 승자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매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1분기 전체 매출이 2018년 4분기 대비 25% 감소하며 급락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D램 매출은 26.1%, 낸드플래시는 23.8% 감소했다. 전체 반도체 매출에서 메모리를 제외하면 1분기 감소폭은 4.4%에 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1분기 반도체 매출이 122억달러(14조5300억원)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34.6% 감소했다.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최대 하락폭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인텔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줬다. 이로써 2017년과 지난해 지켰던 세계 1위 반도체 자리를 올해는 인텔에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약 84%를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락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메모리에 주력한 다른 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매출 3·4위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반도체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3%, 22.5% 감소했다.
반면 인텔은 반도체 매출이 0.3% 감소한 158억달러(18조8300억원)를 기록하면서 10대 반도체 기업 중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IHS마킷은 “메모리 반도체가 인텔 매출의 6% 미만을 차지하기 때문에 메모리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의 영향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은 PC, 엔터프라이즈 및 클라우드 부문의 수요 감소와 재고 증가로 인해 침체의 영향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매출 5위에는 브로드컴(46억7400만달러), 6위 퀄컴(37억5300만달러), 7위 텍사스인스트루먼트(35억1300만달러) 등이 각각 순위에 올랐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용 그래픽 처리장치(GPU) 판매호조로 매출이 급성장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23.7% 감소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낙폭을 보였다. 순위도 10위에 머물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 중심 업체들의 실적 하락세는 2분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수요 비중이 높은 D램 가격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