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10년 만에 최악을 기록한 것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4월말 기준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말 대비 45%, 낸드플래시 가격은 같은 기간 16% 떨어졌다. 반도체 시황 약세 반전으로 한국 경제 수출과 고용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하반기 업황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와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면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중에서도 D램 가격 하락에 따른 타격이 컸다. 29일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4월 D램(DDR4 8Gb 기준) 가격은 최고점을 찍은 지난해 2분기 8달러의 절반인 4달러로 떨어졌다.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 미리 재고를 쌓아놓은 고객사들이 올해는 세계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재고 물량만을 사용하며 구매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초호황을 이끌었던 데이터센터 고객들이 시설투자를 축소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감했다. 모바일 시장의 약세도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폰 시장(수량 기준)은 지난해 처음으로 역성장 한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2.7%(시장조사기관 가트너) 줄었다. 모바일향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글로벌 1,2위 D램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장의 충격을 피해갈 수 없었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D램 매출은 69억6800만달러(8조3300억원)로 직전 분기보다 26.3%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D램 분기 매출이 100억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3분기 87억9000만달러(10조5000억원) 이후 6분기만이다. 삼성전자보다 매출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큰 SK하이닉스의 하락폭은 더욱 컸다. 1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31.7% 감소한 48억7700만달러(5조8300억원)를 기록했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탓에 수출 타격도 불가피했다. 올 들어 2월 -11.4%, 3월 -8.2%, 4월 -2.0%로 수출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2분기에도 메모리 반도체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뚜렷한 상승 요인이 없는 게 주된 이유다. D램 익스체인지는 2분기 D램 가격이 20% 하락하고 D램 전체 매출은 2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질 전망이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60% 줄어든 5조9959억원,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4% 축소된 893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저하고’ 예상도 엇갈리고 있다. 업계는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 수요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서버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소진하면서 하반기 데이터센터 투자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 출시되는 인텔의 신형 중앙처리장치(CPU)와 5G 이동통신 확산에 따른 클라우드 게임도 메모리 반도체 수요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2분기 수요는 소폭으로 회복하는 정도고 3분기는 계단형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연말이 되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룰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재고 수준이 이미 역대 최고치에 이르러 재고 소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지난 몇 년간의 투자로 인해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능력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D램 출하량을 약 5% 줄였지만 앞으로 통합 20% 수준의 더 과감한 감산조치가 이뤄져야만 업황이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이 가시화하면 D램 수요 둔화가 가속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의 10%(증권업계 추정), SK하이닉스 매출의 4%를 차지하는데,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최대 1억대 감소할 경우 이들에게 미치는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보·비포 등 다른 중국 스마트폰이 더 팔려 전체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글로벌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대체 수요가 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 2, 3위인 화웨이와 애플의 동반 부진으로 인해 시장이 역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도 그 여파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