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주식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증권거래세 인하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인하폭도 크지 않아 투자심리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거래세 인하가 적용된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간의 전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코넥스) 평균 거래대금은 8조6133억원을 기록했다. 연초 이후 거래세 인하 직전까지의 하루평균 거래대금 9조5573억원보다 1조원 가까이 적은 액수다. 거래세를 낮추기 전인 5월1~29일까지의 거래대금 9조8187억원과 비교하면 1조원 이상 줄었다.
코스피를 비롯해 코스닥과 코넥스 등 모든 시장의 거래대금이 감소했다. 연초 이후 거래세 인하 전까지 5조3889억원이던 코스피 거래대금은 4조9088억원으로 5000억원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 거래대금은 4조1654억원에서 3조7033억원으로 4621억원, 코넥스는 28억원에서 23억원으로 5억원 감소했다.
거래량도 마찬가지 모습을 보였다. 연초 이후 거래세 인하 전까지 12억1925만주였던 일평균 거래량은 10억9483만주로 10%가량 줄었다. 코스피는 4억2845만주에서 4억4411만주로 증가했지만 코스닥이 7억9040만주에서 6억5040만주로 감소했다. 코넥스 거래량도 39만주에서 31만주로 줄었다.
A 증권사 연구원은 "인하폭이 크지 않아 투자심리를 살리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며 "특히 최근의 좋지 못한 시장상황을 고려하면 투자심리를 자극할 만한 매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코스피와 코스닥의 증권거래세를 기존보다 각각 0.05%포인트 낮은 0.1%, 0.25%로 조정했다. 코넥스는 0.3%에서 0.1%로 내렸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얼마 되지 않아 효과를 판단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앞으로도 크게 다른 상황이 전개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거래세 인하는 자본시장 관련 세제 개편에 시동이 걸렸다는 점에 더 의미를 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증권거래세 인하가 시장에 큰 변화를 주지는 못했다. 1995년 7월 거래세가 0.5%에서 0.45%로 인하됐을 때 일평균 거래대금은 4000억원 후반 수준에서 5000억원 초반 수준으로 6개월간 일시적으로 증가했다가 다시 감소했다. 1996년에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세 인하는 거래대금 회전율을 결정하는 여러 가지 요소 중 하나"라며 "시계열을 길게 보면 거래세율보다 시장 상황이 일평균 거래대금 증가에 더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