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고객 서비스 강화 일환으로 로밍 상품 혁신에 나서고 있다. '로밍=요금폭탄'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가격을 낮추고 데이터 확대와 무료 통화 등 혜택을 강화하는 추세다. 늘어나는 해외여행객 수요를 감안, 해외 데이터 로밍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차원이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로밍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로밍은 국내 고객이 해당 국가 통신망을 빌려 써야 하기에 이통사들이 그 나라 이통사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적지 않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무제한 데이터 등 혜택을 풀고 있다.
SK텔레콤은 바로(baro)3·4·7GB 요금제로 지역별 로밍 요금제를 하나로 통합하고, 청년 고객들에게는 추가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 미주, 유럽, 호주, 뉴질랜드 등 97% 이상의 로밍 이용고객이 찾는 98개국에서 데이터와 바로 통화를 마음껏 쓸 수 있으며, 만 18세에서 29세 고객들의 경우 추가로 1GB 데이터를 더 제공한다. 고객들은 각 요금제별 기본 데이터를 다 쓴 후에도 400kbps 속도로 데이터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괌·사이판은 30일 동안 국내 가입 요금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가령 T플랜 요금제 가입자가 괌으로 여행을 갔을 경우 따로 로밍 요금을 내지 않고, 국내 데이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SK텔레콤모델이 로밍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KT는 8월31일까지 데이터로밍 요금제에 가입하면 음성로밍 통화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벤트 적용 요금제는 △데이터로밍 기가팩 아시아(3GB) △데이터로밍 기가팩 아시아(5GB) △데이터로밍 하루종일 플러스(기간형) △데이터로밍 하루종일 플러스(자동형) 총 4종이다. 데이터로밍 기가팩 아시아 요금제는 일본·중국·괌·베트남 등 14개 아시아 주요국에서 음성통화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3GB 요금제는 무료통화 30분, 5GB 요금제는 무료통화 60분 혜택을 제공한다. 데이터로밍 하루종일 플러스는 미주·유럽 등 26개국에서 음성통화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8만원 이상 5세대(5G) 상품 가입자에게는 데이터 로밍을 무료로 제공한다. 다만 속도는 제한된다. 베이직(8만원)과 스페셜(10만원) 가입자는 카카오톡 등의 서비스를 끊김 없이 이용 가능한 100Kbps 이하로, 프리미엄(13만원) 가입자는 표준 품질의 유튜브 동영상과 구글맵 등을 끊김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인 최대 3Mbps로 제한된다.
LG유플러스도 8월31일까지 로밍 데이터 혜택을 대폭 늘린다. 만 10세부터 29세 이하 전용 요금제인 맘편한 데이터팩 청춘두배는 기존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2배로 대폭 늘렸다. 3일 2GB(기존)에서 4GB로, 5일 3GB에서 6GB로 확대된다. 맘편한 데이터팩 시니어통화+는 매일 20분 수준의 무료 음성발신 혜택을 추가 제공한다. 맘편한 데이터팩 대상 국가는 아시아를 비롯해 북미와 유럽 등 총 60개국이다. 알뜰폰 가입자에게 속도 용량 걱정없는 데이터 로밍과 맘편한 데이터팩 5종을 제공하는 등 선택권 강화에도 나섰다. 기존 알뜰폰 고객은 그간 하루 1만1000원에 300MB를 제공받는 기본 요금제만 이용할 수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로밍 이용 고객은 매년 20%씩 늘어나고 있다. 로밍보다 저렴한 와이파이 라우터·유심을 선택했던 이용자들이 가격이 낮아진 로밍으로 재유입되고 있고, 해외여행객이 늘어나 이용 모수 자체가 늘어난 까닭이다. 특히 올해 출국자 수는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해외로 출국한 여행자 수가 1011만847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해외 출국자 수는 2869만5983명이다. 때문에 올해 말까지 해외 출국자 수가 3000만명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로밍 시장이 매해 커지면서 사업자들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면서 "무제한 데이터 로밍 경쟁은 큰 차별점이 없을 만큼 비슷해졌고, 추후 승부처는 음성 로밍으로 좁혀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