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인보사 사태'로 수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증권사도 억울한 상황에 처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알지 못한 문제로 일부 증권사가 상장 주관 업무 제한 등의 불똥을 맞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장 주관 기업의 회계 문제를 걸러내야 하는 책임까지 더해지면서 증권사의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11월까지 외국기업 상장 주선 업무를 할 수 없게 됐다. 2017년 11월 상장을 주관한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사태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규정 상 최근 3년 이내에 상장을 주관한 외국기업이 상장 2년 이내에 상장폐지사유 발생 등의 문제가 생기면 외국기업 기술특례상장 주선 업무를 제한하도록 돼 있다.
'인보사 사태'로 코오롱티슈진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면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상장 주선 업무가 일부 제한되는 등 증권사에도 불똥이 튀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알지 못했던 일로 증권사가 불이익을 받는 것은 억울한 면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코오롱생명과학의 모습.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 규정이 지난달 말에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자격 제한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정이 생기기 전을 기준으로 한 제재가 기본적으로 모든 법에 적용되는 불소급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인보사 사태를 사전에 예측하거나 검증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책임이 너무 무겁다는 주장도 있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주선인 책임이 분명히 있지만 상상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문제 때문에 영업활동에 제약을 받는 것이라 억울할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상장 관련 서류를 허위로 제출한 경우가 없던 데다, 의약품 전문 검증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걸러내지 못한 문제를 상장 주관사가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불만이 커지는 베경엔 최근 금융당국이 상장 과정에서 주관사의 재무제표 확인 책임을 강화한 영향도 있다. 증권사가 상장준비기업의 회계처리 적정성 등을 확인하고 책임을 지는 내용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내야 하는 과징금도 지금보다 높이기로 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해당 전문가인 회계법인보다 더 꼼꼼하고 까다롭게 장부를 들여다보려면 시간과 비용, 자원 투입이 늘어난다"며 "코오롱티슈진 사례까지 더하면 사실상 모든 부분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주관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부담만 커진다는 얘기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회계와 시장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금융당국과 거래소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해당 부서 실무자, 부서장의 결정을 모두 위축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 만들어지는 것 같다"며 "이는 기술이나 성장성이 뛰어난 기업의 상장을 기피하게 만들어 혁신기업의 상장을 활성화하려는 정책 방향과 역행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전체적인 상장 주선도 줄여 IPO 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가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술·성장성보다 실질적인 사업 성과·재무가 안정된 기업 유치에 집중하면서 IPO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이란 관측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