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화장품 로드숍이 부진을 뚫기 위한 생존법을 찾고 있다. 기존 원브랜드숍의 기조를 변경해 타사 제품을 함께 파는 전략을 취하거나, 홈쇼핑 등으로 유통망을 다변화해 활로를 모색하는 중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뷰티 로드숍 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이를 벗어나기 위한 출구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로드숍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2조8110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매년 감소해 지난해에는 약 1조7000억원 규모로 축소됐다.
이 같은 시장 악화에 따라 가장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대안은 'H&B스토어' 따라잡기다. 국내 로드숍 시장이 부침을 겪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접할 수 있는 H&B스토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뷰티시장 유통망별 점유율’에서 원브랜드숍 등 '뷰티 전문 매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5.8%로 전년 대비 1.7%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올리브영 등 H&B스토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12.5%로 전년 대비 0.7%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에이블씨엔씨는 최근 색조 중심 멀티숍 매장인 '눙크'를 론칭했다. 앞서 로드숍 '미샤' 매장에서 미팩토리, 갸스비, 비페스타 등 타 브랜드 제품을 함께 팔던 것에 한 발 더 나아가 멀티 매장을 론칭한 셈이다. 눙크는 에이블씨엔씨 계열사 브랜드 외에도 150여개의 타 브랜드의 3000여가지의 제품을 판매한다. 시세이도, 하다라보, 캔메이크, 지베르니 등 클래식·팝·인디 같은 다양한 라인의 색조 제품을 구비했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기존 H&B스토어는 자체 매스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라며 "눙크는 자체 매스 브랜드인 미샤와 어퓨를 중심으로 론칭했기 때문에 제품의 종류나 깊이에서 차이가 난다"라고 말했다.
더페이스샵도 기존에 운영하던 원브랜드숍을 편집숍 매장 형태인 '네이처컬렉션'으로 지속 전환하는 중이다. LG생활건강에 따르면 해마다 네이처컬렉션 매장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6년 68개였던 매장은 2017년 169개, 2018년 369개 등 매년 두 배가량 증가하고 있다. 반면 더페이스샵 매장은 해마다 감소해 지난해 804개로 전년 대비 23.9% 감소했다. 네이처컬렉션은 더페이스샵 제품을 비롯해 LG생활건강의 계열 브랜드인 비욘드, 이자녹스, 수려한 등 제품이 함께 배치돼 집객력을 높인다.
부진한 로드숍 매장을 줄이고 유통망을 다변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클리오는 최근 자사 계열 브랜드 페리페라, 구달 등의 제품이 판매되는 오프라인 매장 '클럽클리오'를 줄이는 대신 다채널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클리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프라인 매장 수를 축소해 지난해 120개에서 현재 100여개로 줄였다. 올 연말까지는 85개로 매장을 축소할 계획이다. 대신 쿠팡, 11번가 등의 온라인몰 입점 채널을 대폭 확대하고, 홈쇼핑에서 전용 제품을 론칭해 매출고를 올리고 있다. 클리오는 지난 2월 처음으로 CJ오쇼핑에서 'DD 어린결 쿠션' 제품을 단독 론칭했으며, 지난 6월에는 기록적인 완판을 기록했다. 이에 이달에는 홈앤쇼핑에서도 판매를 진행키로 했다. 이외에도 잇츠스킨은 올 초 롯데홈쇼핑에 진출해 대표 제품 '달팽이 크림' 세트를 첫 방송에서 5000세트 가까이 판매했다. 클리오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고 있다"라며 "대신 유통망을 넓히려는 니즈가 커 홈쇼핑 전용 제품을 론칭했다"라고 말했다.
토니모리는 편의점으로 출구를 찾았다. 1020세대의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 전용 화장품을 출시해 소비층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토니모리는 지난해 GS리테일과 협업해 색조화장품 브랜드 '러비버디'를 론칭했다. 러비버디는 메이크업 베이스, 파우더 팩트, 마스카라, 틴트 등 6종의 제품을 1만원 이하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해 젊은 세대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론칭 당시 500개 점포에서 러비버디 판매가 이뤄졌던데 비해 최근에는1000여개 점포까지 상품 취급 매장이 증가했다.
이처럼 로드숍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변화에 대응한 변화와 시도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고객 유입이 증가하는 만큼,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하는 고정비를 줄이고 유통 채널을 다각화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