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우리는 술을 만드는 회사가 아닌 하드웨어 회사여서 알코올이 들어간 음료를 판매할 수가 없다. 참 좋은데 알릴 방법이 없다. 맛을 보여주지 못한 채로 제품을 팔아야 한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16일 영국대사관에서 열린 수제맥주 제조기 ‘LG 홈브루’ 출시 행사에서 주류 규제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홈브루가 만든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LG전자가 미디어 대상 시음행사를 연 곳은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 안이었다. 국내 주세법에 따르면 주류 판매 면허 없이는 맥주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시음회를 진행할 수가 없어 국내법 적용 안 되는 외국 대사관에서 행사를 열었다는 설명이다.
오는 18일 본격적인 출시에 들어가더라도 소비자들은 LG 홈브루를 판매하는 대형마트나 베스트샵 등 매장에서 LG 홈브루로 제조된 맥주를 직접 마셔볼 수는 없다. 송 사장은 “영상이나 소개 자료로 왜 맛있는지 과정을 설명하고 이론적인 부분을 안내하면서 마케팅을 전개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송대현 LG전자 사장(왼쪽)과 정순기 정수기사업담당이 세계 첫 캡슐형 수제맥주제조기 'LG 홈브루'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이날 공개된 LG 홈브루는 캡슐 패키지와 물을 넣으면 맥주의 발효부터 숙성, 보관까지 가능한 제품이다. 캡슐 패키지는 세계적 몰트 제조사인 영국 문톤스와 공동개발했다. 현재 제조 가능한 음료는 인디아 페일 에일, 페일 에일, 스타우트, 위트, 필스너 등 인기 맥주 5종이며 향후 맞춤형 맥주도 만들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숙성기간은 2~3주 정도로, 사람들이 집에서 직접 맥주를 제조할 때보다 숙성 기간을 1주 이상 줄였다. 현장에서는 부드러운 향과 맛을 내는 스타우트와 청량한 라거의 특징을 살린 필스너가 인기를 얻었다.
LG 홈브루는 일시불 구입과 케어솔루션 서비스 모두 가능하다. 3년간의 관리서비스를 포함한 일시불 가격은 399만원이다. 캡슐 패키지는 5가지이며 각각 39900원이다. 캡슐 패키지 하나로 5리터의 맥주를 뽑아낼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LG 홈브루로 3990원으로 500㎖ 생맥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셈이다. 비록 숙성기간도 있고 가격도 저렴하지는 않지만 송 사장은 “나만의 맥주로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맥주 마니아가 타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송 사장은 “한국시장에서 초기 반응을 확인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것”이라면서 “첫 해외 출시 시장은 아무래도 가장 큰 수요를 갖고 있는 미국”이라고 설명했다. 가정에서 주류 제조를 금하고 있는 일본이나 주류제조와 판매를 엄격히 금지하는 중동 국가들에는 진출이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아직 시장규모나 판매량, 매출을 구체적으로 가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송 사장은 “시장 규모를 염두하고 만든다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공간과 멋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트렌드를 보고 만든 제품”이라면서 “앞으로도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제품이 어떤지 고민해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