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LG전자가 인도정부에 오픈셀(백라이트 모듈을 장착하지 않은 반제품 형태) TV 패널에 대한 관세를 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인도가 자국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를 강화하면서 무역장벽을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타임스 오브 인디아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LG전자는 “오픈셀 패널 수입에 대한 관세 면제를 요청했다”며 “이는 LG전자의 인도 투자를 늘릴 뿐 아니라 현지 제조업체들이 경쟁력을 갖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제조업체가 인도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서 TV 생산을 고려할 때 LG전자는 매년 인도에 투자를 늘려왔다”고도 덧붙였다.
LG전자의 인도 진출 20년 기념 영상. 사진/LG전자
경쟁 업체들이 인도의 관세 장벽을 피해 인근 국가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인도로 수출하는 우회 전략을 쓰고 있지만 LG전자는 현지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LG전자는 인도 노이다와 푸네에서 TV와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을 생산해 중동, 아프리카 등에 수출하고 있다. 인도 TV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25%로, 올해는 27%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전 세계 제조공장이 밀집한 인도에서 보호무역주의 조짐이 나타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인도 정부는 해외 기업들의 제조공장을 인도로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주요 전자제품에 관세를 높여왔다. 완제품 형태로 수입된 TV에 대해 20%, 완전 조립된 발광다이오드(LED) 패널에 대해서는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오픈셀 패널에도 0%에서 5%로 관세를 올렸다.
이에 전자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관세가 낮은 오픈셀 패널을 들여와 현지 공장에서 조립했지만 부담은 상당했다. 통상 TV 패널이 LED TV 가격의 75~8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8년 하반기부터 현지 TV 생산을 중단하고 베트남으로 생산라인을 넘겼다. 인도 정부가 수입 휴대폰에 20%의 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휴대폰 핵심부품인 인쇄회로기판(PCB)에도 10%의 관세 부과를 검토하자 한때 현지 휴대폰 생산 축소를 고려하기도 했다. LG전자 역시 관세 부담이 높아지자 현지 정부에 관세 폐지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 현지에서는 이 같은 관세 정책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인도의 관세 부과는 국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것이지만 관세율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외국 기업들의 인도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최근 미국산 29개 품목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는 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오랫동안 즐겼다”면서 “더는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인도 관세를 겨냥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