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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세척·위생·적재 등 본연 기능 집중…다시 쓰고 싶은 식기세척기 만들고 싶었다”
안재한 키친어플라이언스상품기획팀 책임·김진욱 쿠킹마케팅팀 선임 인터뷰
입력 : 2019-08-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가장 힘든 집안일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설거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청소는 로봇청소기가, 빨래는 세탁기와 의류건조기가 해주는 시대가 됐지만 설거지는 아직 접시 하나하나를 손으로 씻는 가정이 많기 때문이다. ‘설거지의 괴로움’을 씻겨주는 식기세척기는 예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그릇을 기기에 넣기 전에 애벌세척을 해야 된다든지, 세척 이후에도 일부 음식물이 남아있다든지 하는 문제 때문에 과거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도 했다. 
 
LG전자는 소비자들을 ‘설거지옥’에서 탈출시킬 방안을 고민했다. 세척성능과 위생이라는 식기세척기 본질의 기능을 극대화시키는데 방점을 찍었다. 지난 3월말 국내에 선보인 LG 디오스 식기세척기 신제품은 지난 7년 동안의 결과물이다. 지난 31일 서울 LG전자 베스트샵 강서 본점에서 제품의 개발부터 4~5년 동안 식기세척기와 함께한 안재한 키친어플라이언스상품기획팀 책임, 김진욱 쿠킹마케팅팀 선임을 만났다.
 
과거의 식기세척기는 한국 식생활에 맞지 않다는 편견이 있었다. 그릇이 깊고 밥풀과 양념이 눌러 붙을 가능성이 커 기계가 세척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중소 제조사들은 성능 좋은 제품을 내놓는데 집중하지 않았고 소비자들도 제대로 된 사용법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했다. 로봇청소기, 의류건조기가 나타나 가사를 도왔다. 이제 설거지에 대한 걱정만 덜면 됐다. 이런 변화에 따라 국내 식기세척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9만대에서 올해는 30만대까지 늘어나면서 사실상 ‘본격 성장의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전자도 시장이 열릴 때를 가늠하며 지난 7년 동안 꾸준한 연구개발을 해왔다. 제품 출시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식기세척기의 미국 출시를 눈앞에 둔 2017년 ‘스팀이 지나가는 플라스틱 관을 고온에서 완벽하게 견딜 수 있는 재질로 교체하라’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의 지시가 떨어졌다. 개발팀은 출시를 늦추는 결단을 내리고 스테인리스를 관에 적용하기 위해 1년6개월이라는 시간을 더 들였다. 보다 완벽한 제품을 위해서 제품을 개발 단계부터 다시금 설계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셈이다.
 
국내 출시는 더 어려웠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호주 등지에 제품을 먼저 출시해 반응을 살폈다. 유럽·북미 지역의 식기세척기 보급률은 70%을 웃도는 만큼 소비자들이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아직까지 식기세척기를 생소하게 느낄 수 있어서였다. 안 책임은 “해외는 상대적으로 소요시간이 긴데 한국은 짧은 시간 안에 끝내야 하고 한국은 안전과 환경, 재질에 대한 관심도 높아 기준을 맞추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렸다”라고 설명했다.
 
LG전자 디오스 식기세척기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참여한 (왼쪽부터) 김진욱 쿠킹마케팅팀 선임, 안재한 키친어플라이언스상품기획팀 책임. 사진/LG전자 
 
덕분에 LG전자는 ‘손설거지보다 더 뛰어난 제품’을 국내에 내놓는데 성공했다. LG 디오스 식기세척기는 토네이도 세척 날개, 100℃ 트루스팀 등 차별화된 기술로 세척력과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켰다. 토네이도 세척 날개는 식기세척기 바닥에 있는 X자 모양의 날개가 시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번갈아 회전하면서 고압 물살을 뿜어 식기를 구석구석 깨끗하게 세척한다. 100℃ 트루스팀은 천장, 정면, 바닥 등에서 고온의 스팀을 분사시켜 식기에 눌어붙은 음식물과 유해 세균을 제거한다. 컵이나 젖병에 물살이 닿지 않아도 스팀으로 때를 벗겨낼 수 있다. 김 선임은 “손설거지보다 세척력이 26% 좋다는 점, 유해 세균을 99.9% 제거해준다는 점 등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어 연구기관과 함께 검증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사용 환경에도 세세하게 신경을 썼다. 디오스 식기세척기는 인버터 DD모터를 내장해 소음이 도서관 수준(34dB)의 밖에 되지 않는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내부에 2중 차단제를 사용했다. 김 선임은 “내부 소재를 완전히 새롭게 바꿨다”면서 “어린이 놀이매트 등에 사용하는 에바(EVA)와 노이즈라이트라는 차감제를 이중으로 해서 소음을 낮췄다”라고 말했다. 
 
자동문열림도 국내에 다른 브랜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기능이다. LG 디오스 식기세척기는 세척이 끝나고 안전한 온도가 되면 자동으로 문이 조금 열리는데, 자연 수증기를 배출해 건조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김 선임은 “타사 제품은 문이 거칠게 열려 수증기가 확 올라올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는데 LG전자는 안전온도 이하로 내려가야 열리고 바(bar)가 문을 밀어줘서 천천히 열리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선반의 높낮이와 공간을 손쉽게 조절하도록 해서 다양한 식기를 자유롭게 적재할 수 있고 수저를 눕히는 공간도 따로 마련해 선반에 걸림이 없도록 했다. 소비자의 편의를 충분히 고려한 흔적이다.
 
세계김치연구소 연구원이 100도 트루 스팀 기능의 살균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LG전자
 
경쟁사들이 2~3인용 컴팩트 제품을 내놓을 때 왜 LG전자는 12인용 제품을 선택했을까. 이유는 식기세척기 본연에 기능에 주목한 데 있다. 안 책임은 “최근 경쟁사들은 소용량, 슬림 등 설치나 공간의 효율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면서 “우리는 소비자들이 ‘식기세척기를 쓰면 정말 좋고 편하구나, 다시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때문에 본질인 세척 성능과 위생에 충실해보자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선임은 “손설거지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접시뿐만 아니라 조리 도구까지 넣어야 한다”면서 “2, 3인용에는 후라이팬만 넣어도 꽉 차고 12인용에 조리도구를 넣으면 추가적으로 3,4인 가구용 식기들이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 조사를 해보니 큰 용량으로 쓰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전기료나 수도세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켰다. LG전자 디오스는 표준코스로 작동시켰을 때 0.95kw의 전기료가 드는데, 이는 한국전력공사의 1월 고시 기준으로 93원 정도다. 손설거지가 기본적으로 대략 100~120리터의 물을 정도 쓴다고 가정하면 디오스는 14.5리터 정도로 물 사용량이 10분의 1수준까지 줄어든다. 세제 사용량은 평균적으로 손설거지의 약 3분의 1이 든다.
 
신제품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미국, 호주 등지에서 ‘1등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자신 있게 국내 시장에도 제품을 선보였다. 이후 지금까지 LG 식기세척기의 국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세 배 이상 늘었다. 안 책임은 “출시해서부터 판매가 계속 늘고 있다. 시장점유율도 늘면서 성장하고 있다. 국내외 평가도 좋다. 호주에서 평가 1위를 했는데 호주는 제품 개발하기 까다로운 나라라서 좋은 평가가 나오는 점이 우리나라 판매에 대해서도 기대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당분간 디오스 식기세척기의 국내 판매에 집중하는 한편, 일부 아시아 국가 등 해외 판매도 검토할 방침이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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