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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백색국가 제외)반도체·디스플레이 '2차 피해' 불가피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일본 의존도 50% 이상
입력 : 2019-08-0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가 기정 사실화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가 기존 규제 품목이었던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서 다른 소재나 장비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 무기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전략물자’ 1102개 품목이 포괄허가에서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뀐다. 여기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에 필수적인 섀도마스크, 반도체 제조용 웨이퍼, 각종 공정장비 등이 포함돼있어 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섀도마스크는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는 얇은 철판으로, 유기물이 기판 위 특정 위치에 증착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소재다. 현재 글로벌 섀도마스크 시장은 일본 다이니폰프린팅(DNP), 토판프린팅(TOPPAN Printing) 등 두 회사가 양분하고 있다. 섀도마스크의 기반 소재인 초인바(super invar)시트는 히타치메탈이 독점 공급한다. 국내에선 웨이브일렉트로닉스와 APS홀딩스 등 몇 개 업체가 개발하고 있지만 양산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도 소재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있지만 얼마나 고품질의 소재인지가 문제”라면서 “양산 경험이나 파트너십을 맞춰봤는지도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소재인 웨이퍼도 우려스러운 품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실리콘웨이퍼의 수입 규모는 약 4억7000만 달러(약 5500억원)로, 일본산은 전체 수입의 39.7%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높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본산 웨이퍼 의존도를 50%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을 제조하는 포토마스크(웨이퍼에 빛으로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의 원재료)인 블랭크 마스크 역시 필수 소재다. 특히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극자외선(EUV) 기술 구현을 위해서는 일본산 호야 제품이 필수적이다. 두 소재 모두 공급 차질이 생기면 생산 중단 사태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다.
 
공작기계도 문제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에 불과하다. 생산 장비의 32%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시장을 독점한 리소그래피 장비를 제외하면 일본의 수입 비중은 46.9%까지 올라간다. 특히 포토레지스트의 부착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포토레지스트 베이커, 반도체용 퍼니스, 습식각기 등의 장비는 일본 의존도가 90%을 넘는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한국 기업의 전체 장비 수입액의 82.7%를 일본이 차지하는 데다 일본 기업이 독점 공급하는 장비가 많아 대체가 쉽지 않다. 디스플레이 생산에 쓰이는 올레드(OLED) 패턴 형성장비와 건식각기 장비 등 일부 디스플레이 장비는 100%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다. 이진우 메리츠종금 연구원은 “부품 분야는 일본과의 경쟁력 격차가 큰 데다 산업이 광범위하고 정확한 현황 파악이 어렵다”면서 “이런 국면으로 전개되면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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