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을 잃어버리면 생명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익은 인격이다. 생명과 인격 둘 다 지키는 것이 맞지만 일단 생명부터 챙기고 다음이 인격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7일(현지시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사업부 수장으로서의 고민과 절박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실제로 스마트폰 시장은 7분기 연속 역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매분기 전년 같은 기간대비 출하량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은 2013년 이후 처음으로 3억대가 무너졌다. 무선사업부의 영업이익은 2분기에 다시 2억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 화웨이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주춤하긴 하지만 ‘삼성전자 추월’을 외치며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 아우라글로우 색상. 사진/삼성전자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공통적인 고민을 했을 것이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며 신흥시장에는 아직 100만원 이상 스마트폰을 팔만한 수요가 없는 상황이다. 가격을 떨어트려 판매량을 늘릴 것인가, 아니면 가격을 더 올려 줄어든 판매량만큼의 수익성을 보전할 것인가.
여기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선택이 갈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 시리즈와 M 시리즈 판매에 집중했다. 이전에 시도해보지 않았던 제조사개발생산(ODM)도 했다. 인도와 중국에서 일말의 성과를 얻었다.
애플은 2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오포에 밀려 4위에 그쳤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애플은 ‘혁신이 없이 가격만 올렸다’는 혹평을 받으며 사실상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콘텐츠 사업자로의 전환을 발표했다.
상반기에는 ‘시장점유율은 생명’이라는 고 사장의 생각이 통한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많이 팔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법이다. 핵심은 좀 더 나아간데 있다. 삼성전자는 판매량을 위해 가격을 떨어트리면서도 품질까지 낮추지는 않았다. 중저가 라인업에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들어갈 만한 신기술을 먼저 도입했기에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었다.
하지만 결국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회사의 방향성을 좌우하기에 하반기에는 ‘인격’도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갤럭시노트10의 '성적이 인격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좋은 제품과 좋은 사용자경험, 의미 있는 혁신을 달성하면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것이란 고 사장의 진심이 통하기를 바란다.
왕해나 산업1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