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하반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 바탕 격전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유예하면서 글로벌 이통사들이 다시금 화웨이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화웨이가 세계 1위 삼성전자에 대한 치열한 재추격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화웨이가 하반기에 5G·폴더블폰을 잇따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스마트폰 업계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 기업과의 거래제한 유예 조치를 90일 추가 연장했다. 화웨이의 미국 기업 제품 구매를 허용하는 임시 일반면허는 오는 11월18일까지 적용 기간이 늘어났다. 이번 조치로 화웨이는 당분간 미국 내 기존 통신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미국을 포함한 기존 고객에게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폴더블폰과 5G(5세대) 스마트폰에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퀄컴 반도체 등을 탑재할 수 있다.
리처드 유 화웨이 최고경영자(CEO). 사진/AP뉴시스
미국의 제재가 유화 국면에 들어서자 화웨이 제재에 동참했던 기업들이 하나 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KDDI와 소프트뱅크가 지난 8일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를 재개한데 이어 이날에는 일본 최대 이통사 NTT도코모도 화웨이의 P30 프로 스마트폰 예약 구매를 재개했다. NTT도코모는 지난 5월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가 본격화 되자 P30 라이트 시리즈 발매를 전격 중단했지만, 최근 다시 화웨이 스마트폰을 취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도코모 대표는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의 유예 기간을 연장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도 BT그룹 산하 이동통신사인 EE와 보다폰이 화웨이의 5G 스마트폰 메이트20X 판매를 재개했다. 영국 이통사 쓰리UK는 19일(현지시간)부터 화웨이 통신 장비를 사용해 런던 지역 일대에 5G 서비스를 활성화했다. 익스프레스 등 영국 현지 언론은 “화웨이의 안드로이드 탑재 금지와 관련된 문제가 아직 완전히 해결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통사들은 휴대폰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하반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다시금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화웨이는 올해 1분기부터 애플을 제치고 세계 2위 자리에 올랐지만 이후 미국 제재로 인해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2분기에도 2위를 차지했지만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2분기 4.9%포인트에서 올해 2분기 5.1%포인트로 벌어졌다.
화웨이는 세계 1위 삼성전자를 향한 추격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화웨이는 올해 미국의 제재 부과가 없었다면 지금보다 6000만대의 스마트폰을 더 판매했을 것으로 자체 추정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무역 관련 개입이 없었다면 화웨이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공급자 자리를 놓고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5G기술에서 우위를 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으나 아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규제를 연기하면서도 화웨이 계열사 46곳을 거래제한 명단에 추가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의 기술굴기에 대한 견제를 지속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미국의 추가 조치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