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를 받는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항소심 첫 공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면서 양형에 대해서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재판장 이일염)는 24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이사장의 2심 첫 공판을 열었다.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필리핀 가정부 불법고용 사건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은 이 전 이사장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항공운수 종사자인 것처럼 속여 허위로 체류연장을 신청함으로써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하고 담당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항소 이유에 대해서는 "1심 무죄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고 말했다.
이 전 이사장 변호인 측은 "기본적으로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1심이 사실과 다르게 이해한 부분이 있다며 "가사도우미를 구할 때 구체적인 지시를 내려가며 조직적으로 행한 것이 아니고 주부로서 살아오다가 아는 사람한테 부탁한다고 한 것이 회사 사람이었다. 회삿돈으로 가사도우미 월급을 지급했다고 하는 의혹도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6년 8월 가사도우미가 필리핀으로 돌아간 것은 보수 인상 요구에 따른 것이 아니라 피고인 측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그만두게 한 것으로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로 봐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호인 측은 당시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불법인 점을 알려준 당시 본부장 이모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4일 이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열고 같은 날 결심공판을 진행한 후 재판을 종결하기로 했다.
앞서 이 전 이사장은 필리핀인 6명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초청해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이들의 지시를 받아 현지에서 가사도우미를 선발하고 일반연수생 비자를 발급받아 위장 입국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지난 7월2일 이 전 이사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검찰은 이 전 이사장 결심 공판에서 벌금 3000만원을 구형했지만 이보다 높은 징역형이 선고된 것이다. 1심은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고 가사도우미를 대한항공 근무자로 가장해 체류기장 연장허가를 신청한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법 개정 전에 범행이 이뤄졌다고 봐 무죄로 판단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