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가 화성 사건을 포함해 모두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강간·강간미수를 저질렀다고 경찰이 2일 공식 발표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열고 현재까지 9차례 이뤄진 이춘재와의 대면조사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의 당시 몽타주. 사진/뉴시스
화성 사건은 모방 범죄로 드러나 범인이 검거된 8차 사건을 제외하고 10차 사건까지 총 9차례 발생했다. 이춘재는 화성 사건을 제외하고 5건을 자신이 더 저질렀다고 자백한 것이다. 14건에 처제를 성폭행·살인한 사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춘재는 30여건의 강간과 강간미수 범행도 털어놨다. 현재 경찰은 이춘재 본인의 자백과 일부 피해자, 제보자의 진술 등을 확보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강간과 강간미수가 벌어진 지역 등에 대해서는 신빙성을 확인 중이며, 지난주 브리핑에서 특정한 화성, 수원, 청주 일대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춘재는 4차 사건 범행 증거에서 자신의 DNA(유전자) 정보가 추가로 발견됐다는 걸 알면서부터 심경의 변화를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라포르'(신뢰관계)가 형성된 상황에서 이춘재가 지난주부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임의로 자백하기 시작했다"며 "본인이 살인은 몇 건, 강간은 몇 건이라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자료를 보여줘서 자백을 끌어낸 게 아니라 스스로 입을 열고 있다는 뜻으로 일부 범행에 대해서는 본인이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춘재가 오래전 기억에 의존해 자백한 만큼 범행 일시와 장소, 행위 등에 편차가 있음을 감안해 수사자료 등에 대한 검토를 통해 자백의 신빙성을 확인 중이다. 10차 사건부터 역순으로 4차 사건까지 진행된 증거물에 대한 DNA 분석을 진행 중이며, 3차 사건의 증거물에 대한 DNA 분석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상태다.
앞서 경찰은 지난 8월 화성 사건의 5·7·9차 사건 증거물에서 새롭게 검출된 DNA가 이춘재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오자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 이뤄진 4차 사건 증거물에서도 이춘재의 DNA가 검출됐다.
경찰은 추가로 드러난 사건의 공소시효도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이춘재는 1994년 처제 강간·살인 사건으로 25년 전부터 복역 중이다. 살인죄 공소시효는 25년이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