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한국은행이 7월에 이어 석 달만에 추가 금리인하를 결정한 것은 경기가 좀처럼 다시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국내 디플레이션 공포까지 확산되고 있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상당한 실정이다. 이 경우 경기부양을 위한 완화적 통화 기조를 이어가며 역사상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1.00% 초저금리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시중에 돈이 풀림에도 불구하고 생산과 투자, 가계 소비가 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우려된다는 게 시장 안팎의 분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0.25%p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16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금리인하에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적 여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필요시 금융·경제상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이 총재는 “7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며 완화정도 조정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추가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처럼 한국은행이 완화적 통화기조를 유지해 나가는 데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인 2.2% 달성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경제는 건설투자 조정과 수출,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소비 증가세가 약화되면서 성장세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총재는 “글로벌 경기 둔화세가 지속되고 반도체 경기 회복시점이 지연돼 지난 7월 2.2% 성장 전망 경로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례적인 마이너스 물가도 문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4%로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근원인플레이션율은 0% 중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 후반으로 낮아졌다. 금통위는 이날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돼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0% 내외에서 등락하다가 내년 이후 1%대를 기록하고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주요 가격변수가 국제금융시장 움직임에 영향을 받으며 상당폭 등락했다. 장기시장금리와 주가는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도 상당폭 하락한 상황이다.
이에 한은의 금리인하 결정을 두고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리 인하는 마이너스 물가 상황에서 경기 둔화에 따른 대응 차원의 정책 결정이며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 지속, 재정 정책과의 공조 등도 이를 지지했다"고 분석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내년 상반기에 한 차례 더 금리를 인하해 역사상 처음으로 연 1.0% 기준금리 시대가 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GDP 갭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에 못미치는 마이너스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며 "시기는 1분기 정도로 보고있다"고 관측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저성장과 저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노력에 따라 내년 상반기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인하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 이 총재는 "금리를 내리면 실물경기를 북돋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저금리 장기화시 부동산이나 위험자산 자금 유입이 확대될 가능성 등 금융안정 측면에서 부작용도 있는게 사실"이라면서도 "정부가 거시건전성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 검토 가능성을 놓고는 선을 그엇다. 이 총재는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여력이 남아있기 때문에 금리 외에 추가적인 정책수단 시행을 고려할 단계는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향후 정책여력이 더 축소된다면 그때는 금리 외에 정책 수단의 활용가능성에 대해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관련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가 1%대 밑으로 떨어져 일본이나 유럽과 같은 '제로 금리'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경제에 장기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면서 기준금리의 하한선에 대한 논쟁도 일어나고 있다"며 "기준금리 하한선을 측정하기란 쉽지 않지만 명목금리 1%를 고집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