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올해 3분기(7~9월) 우리나라 경제성장이 전기 대비 0.4% 증가에 그치며 올해 성장률 2%대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출이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전 분기 성장을 이끌었던 정부 지출이 줄고 내수 부진에 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하며 당초 시장 기대치에 못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박양수 경제통계국장이 2019년 6월 경상수지(잠정)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년 6월 경상수지는 63.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3/4분기 실질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GDP 성장률은 0.4%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분기(-0.4%) 이후 2분기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년동기대비로는 2.0% 성장했다.
전분기에 이어 성장세는 이어졌지만 당초 한은 안팎에서 예상했던 0.5~0.6%대 성장률 달성에는 실패했다. 향후 9월 실적이 최종 반영되면 소폭 올라갈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이전 사례에 비춰봤을 때 0.1%포인트 이상 올라가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3분기 성장률이 시장 기대보다 낮은 것은 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건설투자는 건물 및 토목 건설이 모두 줄어 5.2% 감소해 지난해 3분기(-6.0%)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았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수출 부진 등의 영향으로 0.5%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민간소비는 의류 등 준내구재, 해외여행 등의 감소로 0.1%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2016년 1분기(-0.3%) 이후 3년6개월만에 최저치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1.2% 늘었지만 지난 2분기(2.2%)에 비해 3분기 둔화했다.
3분기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4.1% 증가했다. 이는 2011년 1분기(6.7%) 이후 8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 사진/뉴시스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4.1% 증가했다. 이는 2011년 1분기(6.7%) 이후 8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에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1.3%p로 나타났다. 수입은 운송장비 등이 늘어 0.9%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수출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마이너스였을 정도로 워낙 낮았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있었고, 또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 물량이 늘며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주체별 기여도를 보면 정부 기여도는 전분기 1.2%p에서 3분기 0.2%p로 대폭 낮아졌다. 올해 정부 재정 총 473조6000억원 중 58.1%에 달하는 275조4000억원이 상반기 집행된 결과다. 분기별 정부 재정 집행 규모는 1분기 138조2000억원, 2분기 137조2000억원, 3분기 96조6000억원이다. 3분기 재정 집행 규모는 지난 1,2분기보다 30%가량 적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정부 부문의 성장기여도가 낮아진 것은 정부 소비가 무상교육 및 의료 등 사회복지를 중심으로 늘었으나 전분기 정부투자가 크게 늘어 기저효과가 발생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의 기여도는 전분기 -0.2%p에서 순수출 확대 등의 영향으로 0.2%p로 플러스 전환했다. 하지만 경제성장을 이끌 만큼 개선되진 못했다. 특히 민간투자에 해당하는 민간 부문의 총고정자본형성은 성장률을 0.7%p 낮추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민간 총고정자본형성 기여도는 지난해 2분기 이후 6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경제활동별로는 건설업이 건물 및 토목 건설이 모두 줄어 4.0% 감소 전환했지만 제조업은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등이 늘어 2.1% 성장했다. 농림어업은 농산물 생산이 늘어 1.4% 증가했다. 서비스업은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의료·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0.4% 증가했다.
박 국장은 "상반기 정부 재정 집행의 기저효과, 민간 투자조정, 민간 소비에 이례적인 요인이 가세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0.4%가 된 것"이라며 "반도체 자동차 수출 물량이 개선 중이고 민간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전환된 건 긍정적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목표치로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2.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4분기 1.0%(0.97%) 성장해야 한다. 3분기까지 누계 성장률은 1.9%다. 한은은 올해 1%대 성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대를 밑돈 건 1956년(0.7%), 1980년(-1.7%), 1998년(-5.5%), 2009년(0.8%) 등 단 4차례 뿐이다.
미국과 중국이 이틀째 고위급 무역협상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미 무역대표부(USTR)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왼쪽)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운데)의 모습. 사진/뉴시스
박 국장은 "미중 무역분쟁 관련 불확실성은 남아있고, 한일무역 분쟁, 홍콩 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크다"며 민간의 성장 기여도가 플러스로 전환했는데 민간 경기회복 속도가 앞으로 경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부는 예산 집행이 안돼 이월되는 불용예산을 최대한 줄여 4분기 정부 기여도를 높이는 게 목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7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5%에서 2.2%로 낮추면서 3분기와 4분기에 0.8∼0.9%의 성장률을 예상했다. 그러나 한은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인하할 때 "7월의 성장 전망경로를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을 바꿨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