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예약판매 기간 구매량이 전작 보다 소폭 웃돌긴 했지만, 국내 시장은 이미 5세대(5G)폰 경쟁이잖아요. 예약판매야 취소 물량이 나올 수도 있는 거고요. 애플이라고 별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애플에 대한 수요는 죽지 않았습니다."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11 시리즈가 출시된 후 첫 주말인 26일, 서울 시내 주요 직영점·대리점·판매점 관계자들은 아이폰 충성고객은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5G 상용화 이후 프리미엄폰은 5G폰으로 공식화된 한국시장에서 최소 100만원, 최고가 200만원에 육박하는 LTE 프리미엄 제품을 손에 쥐려는 소비자들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앞서 출시 전 진행된 통신사 1차 사전예약 물량이 빠르게 매진되는가 하면, 쿠팡과 11번가 등 자급제폰 온라인 판매처에서도 물량이 모두 품절된 바 있다.
서울시내 대리점에서 애플 아이폰11 출시를 알리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특히 현장 관계자들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LTE폰인 아이폰11을 선택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폰11 시리즈 공시지원금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최고 10만원 초반대에 그친다. 이통사 요금제별로 SK텔레콤은 3만4000∼10만8000원, KT는 3만5000∼8만2000원, LG유플러스는 6만6000∼12만5000원으로 책정됐다. 마포구 신촌로에 위치한 SK텔레콤 직영점 관계자는 "갤럭시노트10 지원금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라며 "한때 0원폰도 나왔던 5G폰에 비하면 훨씬 고가이지만, 아이폰을 찾아온 손님 10명 중 7~8명은 카드 요금할인 등 혜택을 최대한 찾아 구매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KT 대리점 관계자도 "아이폰의 공시지원금이 변동 하거나 가격을 후려친 중고제품이 나오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어차피 살거면 출시됐을 때 바로사려는 수요도 상당하다"며 "아이폰을 쓰던 소비자들이 신제품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가격에 대한 고려 순위가 낮은 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부 대리점·판매점 관계자들은 숨어있던 LTE 프리미엄폰 수요가 아이폰11로 쏟아진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다. 완벽한 5G 사용이 가능해질 때까지 LTE로 더 쓰고 싶은데 마땅한 제품이 없던 상황에서 애플의 아이폰11이 이 수요를 받아줬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4월 5G 상용화 이후 갤럭시S10을 제외한 삼성전자와 LG전자 프리미엄폰은 모두 5G 제품으로 출시됐다. 5G폰이 범람하고 있지만 5G 네트워크 품질은 기대 이하인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전국망 구축 완료시기를 오는 2022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구에 위치한 한 대리점 관계자는 "5G폰이 아닌 프리미엄폰을 쓰고 싶은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구입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며 "특히 정보에 밝은 20~30대 소비자들이 5G 불만을 인지, 아이폰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5G폰을 구매해도 5G 우선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다 보니 아이폰으로 기우는 것 같다"며 "2년 약정으로 비싼 5G 요금을 내고 구지 LTE 서비스를 내지 않겠다는 심리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내 대리점에서 애플 아이폰11 출시를 알리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동통신 3사의 표정도 나쁘지 않은 모습이다. 개통 첫날 아이폰11 시리즈 개통량은 13만~14만대로 추산된다. 전작인 아이폰XS·XS맥스·아이폰XR 대비 30% 늘어난 수준이다. 첫 주말 성적 자체로도 긍적적이라는 평가다. 인기 모델은 아이폰11프로 미드나이트 그린이며, 아이폰11과 아이폰11맥스가 뒤를 잇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구의 한 대리점은 출시 첫날과 이날 오후까지 목표 판매량의 1.5배 정도를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이폰의 흥행몰이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1~2주간 판매 현황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현장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은 충성고객의 파워가 상당해 출시 초기 수요가 쏠리는 경향이 있다"며 "출시 1~2주간 판매가 꾸준히 진행된다면 전작을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