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우리는 죄가 없다. 일본은 당당하면 재판에 나와라."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재판에 나오지 않는 일본 정부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이용수 할머니는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유석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변론기일에 참석해 "30년째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대사관 앞에서 진상을 규명하고 공식적인 사죄를 해 달라, 법적인 배상해 달라고 외쳤다"면서 "일본은 죄가 있으니 재판에 참석도 안 한다"면서 바닥에 엎드려 오열했다. 이날 원고로 참석한 길원옥 할머니도 "나라가 저질러 놓고 재판에 안 나오면 어떻게 하나"면서 "그들은 할머니들이 죽기를 기다리지만 죽어도 이 문제는 해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일본정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사진/뉴시스
이날 재판은 지난 2016년 12월에 제기됐으나 3년 동안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법원행정처가 일본 정부에 소장을 송달했지만 일본 정부가 '국외 주권 또는 안보를 침해할 사안'이라고 판단해 반송했다. 재판부는 상대방이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 등에 게재하는 공시송달을 진행했고 올해 5월9일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호력이 발생해 3년 만에 첫 재판이 열린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대리인 측은 소송 이유에 대해 "피해자들은 금전적인 배상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75년전 위안부 피해자로 침해당한 가치를 회복하고 자유를 회복하기 위해서 법원에 나왔다"면서 "원고들은 죽는 순간까지 일본국 군이 제공한 사법권에서 공적인 확인을 해달라고 소송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또 "국제·국내법적으로 일본의 범죄를 명백하게 밝힘으로써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반성을 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향후 재판에서는 '주권면제'가 큰 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권면제란 한 주권국가에 대해 다른 나라가 자국의 국내법을 적용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칙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본안에 있어 주권면제가 장벽으로 작용한다"면서 "대리인들은 그 문제에 있어 설득력이 있는 변론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향후 피해자들의 진술에 대해 구술 작업을 해온 전문가들과 주권면제에 대한 국내 및 일본 학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방침이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