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 구형보다 높은 양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재판장 이일염)는 14일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이사장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내린 160시간 사회봉사 명령은 취소했다. 검찰은 지난 14일 열린 이 전 사장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1심과 같이 벌금 3000만원을 구형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벌금형보다는 죄책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필리핀 가정부 불법고용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전 이사장은 필리핀 사람 6명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초청해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총수 일가의 지시를 받아 현지에서 가사도우미를 선발하고, 일반 연수생 비자를 발급받아 위장 입국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기존 가사도우미를 본국으로 돌려보낸 후에도 다른 가사도우미를 다시 고용했고 가사도우미 채용을 만류하지 않는 등 불법 고용을 인식하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검찰의 벌금구형은 피고인의 죄책에 상응하는 형벌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불법 유흥업소에 외국인을 취업시켜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는 일반적 출입국 관리법 위반 범죄와는 죄질을 달리하는 점, 여생 동안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살 것을 다짐하는 점, 성찰과 반성에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점, 70세의 고령으로 초범인 점, 재판 과정에서 남편을 잃은 점, 앞으로도 사회적 비난과 낙인을 인식하며 살아가야 하는 점 등을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받았다. 조 전 부사장과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