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사찰에 거주하며 청소와 정리 등의 업무를 하는 '처사'도 봉사자가 아닌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는 19일 사찰 내 설립된 A재단법인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처사 B씨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인용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위원회 손을 들어줬다.
사찰에 거주하며 일하는 처사들도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시스
B씨는 2015년 7월부터 약 3년 동안 해당 법인에 소속돼 사찰에서 먹고 자면서 일을 해왔다. 처사들은 주로 공양간이나 법당 등 사찰의 곳곳을 청소·관리하고 부도탑묘 안치 보조 업무 등을 담당했다. 처사들은 이를 통해 보시금 명목으로 매달 100만 원을 받았다. 보시금은 불자들이 내는 돈이다.
2018년 B씨는 "일을 하다 어깨를 다쳐 수술해야 한다"며 사찰에 휴직계를 제출하고 한 달 넘게 휴직을 했다. 사찰 측은 "휴직계에 기재된 병은 허위이고 이를 사직 의사표시로 봐야 한다"며 B씨를 퇴실 조치한 뒤 해고했다. B씨는 자신이 부당하게 해고됐다면서 지방노동위에 구제신청을 했고 위원회는 이를 인정했다.
A재단은 노동위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단은 "사찰과 재단은 별도의 단체"라면서 "B씨가 처사로서 한 업무는 봉사활동에 불과해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어 해고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B씨를 법인의 근로자로 인정하고 부당해고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처사들에게 급여를 제공한 계좌의 예금주는 법인의 대표자이며 법인과 사찰의 대표자가 동일하고 업무도 혼재돼 있다"고 봤다. 또 "재단 직원들이 처사들의 구체적인 근무내용과 장소, 시간까지 지정해주며 처사들의 업무수행과정을 지휘·감독했다"면서 "처사들로 하여금 출근기록부에 출근 시간을 기재하고 한 시간 단위로 어떤 업무를 했는지 보고하게 했으며 매달 100만원을 고정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에게 해고사유를 통지할 때에는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는 2015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며 재단이 B씨를 부당하게 해고했다고 판결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