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은행도 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정부는 혁신금융을 장려해 영역 구분 없는 경쟁을 확대하고 있고 업권은 변화에 따른 새 생존 전략을 모색 중이다. 이에 따라 은행의 '디지털 금융 전환' 전략은 보다 구체적이고 고객에 밀착해 진행되고 있다.
한동환 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전무는 이런 환경, 채널변화 등에 대응할 국민은행의 전략을 현장 맨 앞에서 고민하고 있다. 변화를 이끄는 그는 금융의 경계가 옅어질수록 그 본질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접점이 어떤 기술과 어떤 모습이 될지는 관측이 다양하다. 금융과 통신의 결합인 '리브M'도 세상에 없던 또 하나의 금융 접점을 만든 것이고, 오픈뱅킹(은행 앱 하나로 모든 은행 계좌를 조회·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으로 인해 타행 어플리케이션(앱)조차 KB금융지주의 유통망이 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뉴스토마토>는 2일 한 전무와 만나 국민은행의 디지털 전략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여의도 세우빌딩 5층 집무실에서 국민은행의 디지털 전략을 현장 맨 앞에서 고민하고 있는 한동환 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전무를 뉴스토마토가 만났다. 사진/국민은행
국민은행이 디지털 전환 원년을 선포했다. 지난 1년간 가장 뚜렷한 변화는.
'DT선포식'을 시작으로 전사적인 '관점의 전환'을 이끌어 역동적인 혁신이 가능한 '체질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디지털금융그룹의 독립적 예산 체계를 만들고, 애자일(Agile) 조직 구성·클라우드 인프라 '크레용(CLAYON)'을 통한 원활한 데브옵스(DevOps) 구현 등 전방위적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 왔다.
네이버, 카카오 등 부서장급 외부 UX 전문가 영입부터 실무자까지 디지털 부문은 인력 채용 방식에도 적극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직원 측면에서는 저부가가치 업무로부터 벗어나 본질적·핵심적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하는 데 방점을 두고 변화해 왔다.
은행을 둘러싼 환경 변화가 빠르다. 어떤 복안들이 있나.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겠지만 결국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만나도 은행이 고객을 알아보고 편리함과 전문성을 갖춘 금융 파트너 역할을 한다는 본질에 집중해야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테일한 자산 관리 역량, 그리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진 똑똑한 '금융 집사'가 되는 것을 국민은행의 진화 방향으로 잡고 있다. 기술을 통해 따뜻한 금융을 고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달 중순(16일 예정)부터 모든 고객이 가입 가능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서비스 '리브M'도 같은 방향이다. 기본요금이 3만~6만원 수준이지만 고객은 최대 3만7000원의 요금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리브M 이용 고객들의 금융거래 패턴을 기반으로 '씬파일러(Thin filer)' 등 금융 취약 고객을 보다 이해하고 그들에게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고자 한다.
더해서 '리브' 계열의 앱은 밀레니얼 고객을 위한 '네오뱅크(오프라인 지점 없이 모바일이나 인터넷만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자체 인증 기술인 'KB모바일인증서' 및 API 등을 활용해 서비스 간 손쉬운 연계가 전제되도록 구현하고, 고객의 생활에 더욱 밀착된 서비스와 더불어 본연의 경쟁력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더욱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KB금융이 지난 4월 네이버와 금융 AI 비즈니스 사업제휴 체결 후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왼쪽 세번째부터) 한동환 디지털금융그룹 전무, 허인 국민은행장, 신중호 네이버 서치&클로바 겸 라인 공동대표. 사진/국민은행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산업 등 혁신금융서비스에 대한 전략은.
오픈뱅킹은 '자주 쓰던 은행'에서 '가장 좋아하는 은행'으로 주거래 은행의 의미가 바뀌는 큰 변화로 판단한다. 신뢰와 전문성을 갖춘 국민은행이 혁신을 통해 고객에게 다가갈 때 더욱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 변화를 위기보다는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픈뱅킹을 준비하면서 초기 단계로는 고객 편의성에 가장 우선순위를 뒀다. 서비스나 UI·UX로 해결되지 않는 속도 등은 앱 개발 형식 변경(네이티브), 솔루션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성능 개선 준비 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The-K 인프라 구축 시 보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국민은행 스마트폰 앱이 너무 많다는 평가도 있다.
앱이 많다는 지적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민은행이 선택권을 고객에게 재해석을 바란다는 뜻으로 이해를 부탁드린다. 단순히 개발자의 판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활용성을 물어보려는 것이다.
고객이 쓰기에 불편하지 않게 앱 간 연계를 고려해 뒀다. 궁극적으로는 '리브똑똑(Liiv talk talk)'을 통해서 어플 사용에 게이트웨이(출입구)를 구축하려고 한다. 구글 검색창처럼 대화창에 고객이 필요한 서비스를 치면 연계할 수 있다. 리브M도 이를 통해 상담서비스가 진행될 예정이다. 고객이 앱이 많다는 인식보다 쓰임새가 있다는 생각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이미 리브똑똑의 사용자 수도 늘고 있다. 지난해말 다운로드 수가 12만건이었는데 11월19일자 기준 61만8000건으로 5배 이상 성장했다. MAU(월간 사용자 수)도 같은기간 4만명에서 20만명으로 다섯배 올랐다.
내년도엔 어떤 사업 방향을 가지고 있는지.
다양한 산업에 대해 고객의 디지털 경험이 깊어지고 넓이는 커지고 있다. 여기에 못 따라가면 은행이 핀테크사에 고객을 다 뺏기게 될 것이다. 환경 변화는 고객에게 행복한 경험을 주기 위한 변화와 혁신을 계속해 말하고 있다. 그 혁신의 산물이 리브M 같은 것이다. 고객의 손에 잡히는 편의를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
API 개발, 클라우드 인프라 크레용 구축 등으로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고, Innovation HUB, CVC 펀드 등으로 핀테크 직접 육성 및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향후에는 혁신기술 기업과 전략적 협업 모델 개발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특히 크레용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많은 제조업자를 만나게 되면서 금융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생기기도 한다.
오프라인의 경우에는 이동하는 시간이나 비용들이 직관적으로 드러난다. 온라인은 드러나지 않지만 고객 사용 간 발생하는 불편이 곧 비용이다. 거래를 쉽게 할 수 있는 통로로 국민은행을 활용케 하고자 한다. 고객이 국민은행과의 거래를 끊임없이 즐겁게 느끼도록 노력 중이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