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들이 연말 인원 감축에 들어간다. 다만 3분기 실적도 순항중인 만큼 당장 주머니 사정에 비춰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아니다. 비대면 전환, 신규채용 확대 등 은행 안팎의 환경 변화에 따라 점진적 인력구조 개편에 나선 모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희망퇴직 접수를 받아 590명이 신청을 마쳤다. 이번 희망퇴직 신청 대상자는 만56세 해당 직원(1963년생), 전직급을 대상으로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의 직원이다.
특별퇴직금은 재직기간과 나이에 따라 달라져 퇴직당시 월 평균임금의 20~28개월 곱해 산정될 예정이다. 1963년생인 만 56세의 경우 퇴직 당시 월 평균임금에 28개월이 곱해진다. 이외 직원들은 20개월로 정해질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597명의 희망퇴직을 진행한 바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신청한 인원이 모두 대상자로 선정되지 않기에 지난해보다는 그 규모가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주요 시중은행들도 올 하반기 명예퇴직을 했거나 연말을 기점으로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7월 특별퇴직 62명을 실시했다. 임금피크제 특별퇴직 24명, 준정년 특별퇴직 38명 등이다. 준정년 특별퇴직은 옛 외환은행에서 실시했던 제도로 일반직 전직급을 대상으로 만 40세 이상, 근속기간 만 15년 이상인 직원이 신청 가능하다. 올해 연 2회로 정례화되고 첫 진행됐다.
신한·국민은행 등은 통상 연시에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우리은행은 구체적인 계획은 잡지 않았다. 이달 국민·우리·하나은행의 노조위원장 선거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연말연시 은행권 희망퇴직에서는 2000여명이 신청했다.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은행들이 좋은 실적으로 내고 있어 당장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 18개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올 3분기 누적기준 11조6648억원으로 전년 동기(11조7179억원) 대비 531억원(0.5%) 줄었다.
은행들은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 신규채용 확대 등 인적·체질적 변화를 앞두고 있어 점진적 인력구조 개편에 힘을 쓰고 있다. 은행 고객 한 명이 연간 은행 지점을 방문하는 횟수가 5회 수준에 그치는 등 비대면 영업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은행들은 지점을 통폐합하고, 디지털 재교육을 실시하며 효율성을 제고하고 있다.
신규채용도 늘었다. 국민·신한·KEB하나·우리·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의 올해 채용은 총 4190명으로 2017년 이후 매년 1000명 단위로 늘고 있다. 앞서 2017년과 2018년 신규 채용인원은 각각 2437명, 3408명이었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평가하겠다며 올해부터 '일자리 성적표'를 발표하는 것도 은행권 고용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이 은행의 장기적 체질변화를 위해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만큼 이를 희망하는 행원들도 미리가 자기 삶에 맞는 시기를 고려해 신청이 잇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들은 연말 인원 감축에 들어간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