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에 은행들이 적극 협조했지만, 정작 금융위원회의 인센티브 결정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안심전환대출로 떠안게 된 MBS(주택저당증권)가 새 기준 예대율(신예대율) 산정 기간인 이달말까지 가계대출에서 제외돼야 하지만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것. 은행들이 금융위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자체적으로 예대율 관리 강화에 나서면서 이미 인센티브의 효용은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예대율 관리에 부담을 줄일 금융위의 안심전환대출 관련 감독규정 개정을 기다리지 않고 자체 조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신예대율은 이달말 기준으로 산정되기에 금융위 조치에 따른 반영분을 감안하고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내년부터 가계대출에 가중치 15%가 부가되는 등 신예대율 규제를 앞두고 있어 기준에 맞는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신한·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신예대율은 기준치인 100%에 임박하거나 넘고 있다. 지난 10월말 기준 우리은행의 신예대율이 99.3%로 가장 낮고 신한은행 100%, KEB하나은행 100.4% 순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3분기 컨퍼런스 콜 당시 100%를 소폭 상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10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예금 금리 하향 조정도 망설이고 있다. 예금 유치를 위해서다. 신규대출 문턱도 높인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의 조치만 기다리고 있을 수 없어 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신예대율 조절에 나서고 있다"면서 "내달부터 신예대율이 적용되는 만큼 서둘러야 하는데 확답을 듣기엔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은행들의 안심전환대출 공급 협조에 따라 은행이 사들여야 할 MBS 물량을 신예대율 산정에서 제외하는 '당근책'을 알린 상태다. 지난달 11일 '은행업감독규정 등 5개 감독규정 일괄개정안'을 내고 원화예대율 산정시 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로 양도되는 안심전환대출 제외 규준 개정을 예고했다. 안심전환대출로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만큼 신예대율 규제에는 안심전환대출 취급분을 예대율 산정에서 제외하도록 감독규정에 반영하는 조치다. 안심전환대출이 은행의 대출에서 MBS로 대환되는데 통상 3개월가량의 시간이 걸리는 점을 반영했다
주금공의 심사가 일찍 끝난 대출의 경우 MBS를 통해 유동화가 빨리 진행돼 신예대율에 긍정적으로 반영되지만, 심사가 늦어지면 효과가 늦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신예대율 기준 적용이 20여일 남은 상황에서 그 이상 기간이 지체된다면 은행들 입장에서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규정변경예고가 한 달이 지났지만 금융위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이는 안심전환대출에 신청자가 대거 몰려 주금공 심사가 지체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금공 심사가 늦어지자 연내 대환처리를 마치기 위해 최근 시중은행 인력 360여명이 투입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 심사가 금융위의 사전 수요파악이 잘못돼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심사에 속도를 붙이고 있지만 연내 마무리 될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은행들이 예대율 관리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 마련된 '서민형 안심전환 대출' 전담창구에 고객이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