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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설 자리 잃어가는 은행들
입력 : 2019-12-11 오전 6:00:00
"은행업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불분명해 지는 것 같다."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최근 은행이 마주한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은행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실적과는 별개로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이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결국엔 은행이 수신(예금)만 취급하게 될 것 같다고 하소연 했다. 
 
은행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다른 산업의 은행업 진출은 확대되고 있으나, 기존 은행 영업은 축소되고 있다. 정부는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등 그간 은행이 쌓아온 독점적 정보와 인프라를 다른 산업에 내놓으라며 부추긴다. 은행 업무를 세분화해 개별 인가를 주는 '스몰 라이선스(small licence)' 제도도 논의에 들어간다. 은행업을 뗄 수 있는 데 까지 갈라 시장 경쟁을 키우고자 하는 것이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사태가 터지자 애먼 사업영역이 잠겼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사모펀드 활성화를 바랐다. 문제가 됐지만 DLF는 이런 정책에 따른 은행들의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다. 그러나 지난달 발표한 대책안엔 DLF에 더불어 사모펀드 형태인 40조원 규모의 신탁사업도 취급하지 못하게 제외시켰다. 은행들이 반발하자 피해자들에게 역대 최고 비율의 보상책임과 최고경영자까지 제재 대상으로 운운하고 있다. 
 
당장에 은행은 좋은 실적을 내는 중이다. 그러나 정책 변화·제재 강화 등으로 영업망 축소가 진행되면 수년 후의 모습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하방 경기 압력에 순이자마진(NIM) 등 은행의 이자수익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안심전환대출로 은행의 대출 자산은 대환시켰다. 신예대율을 도입해 기업대출만 하라는 가이드라인도 정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언급한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에서 은행도 예외일 수 없다. 
 
은행들이 흔들릴까 우려하는 것은 괜한 걱정이 아니다. 부동산, 혁신산업, 일자리 문제 등 정부는 현안마다 은행을 '만능열쇠'로 생각하고 있다. 은행의 팔을 비틀어 정부가 생색내는 식이다. 그렇다면 은행이 사회 곳곳에서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일을 꾸릴 최소한의 자리는 지켜주는 게 도리다. 은행은 산업에 젖줄이다. 갈피를 잡지 못 하겠다는 은행의 토로는 심각한 위험 신호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신병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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