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시중은행의 골드바(금괴) 판매량이 급감하며 '금테크' 열풍이 잦아들었다. 미·중 무역합의 등 불확실성이 줄고 경기 개선 기대감이 커지자 안전자산을 선호했던 투자자 심리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국민·우리·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취급한 골드바 판매액은 18억3971만원으로 확인됐다. 넉 달 연속 하락세로, 감소 직전인 지난 8월 판매액 66억3117만원보다 73%(47억9145만원) 가량 감소한 금액이다.
높아진 금값에 대체재로 꼽혔던 은 판매량도 함께 줄었다. 3개 은행의 실버바(은괴) 판매량은 지난 9월 3억3449만원으로 최고점을 찍고 하향세로 돌아서 지난 11월 5557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실버바는 골드바 판매량이 늘면서 함께 관심도가 증가했지만 가격 변동폭이 크고 은행 거래시 17~19% 매입마진율, 부가가치세가 따로 징수되는 등 금보다는 투자 장벽이 높다는 평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증시가 활황이고 국내 증시도 상승세를 보이는 등 안전자산 선호가 떨어지면서 위험자산으로 투자 심리가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값도 떨어지는 등 전반적인 경기 추이가 골드바를 덜 찾게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바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데다 현금으로 유동화가 용이해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수요가 늘어난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던 올해 상반기에는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골드바에 품귀현상이 발생할 정도로 인기가 치솟았다. 이들 3개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도 5월 85억8687만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금값도 같이 뛰었다. 국내 금값은 지난 1월1일 신한은행 고시 기준 1그램당 4만6417원으로 출발했다. 올해 최고점을 찍은 8월28일에는 1그램당 6만160원으로 30% 가량 값이 올랐다.
그러다 지난 9월부터 미중 간 무역분쟁이 화해 분위기로 바뀌자 골드바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지지율 하락에 다급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중 추가관세 인상 유보를 결정했다. 미중 고위급 협상단도 지난 10월11일 미국 워싱턴에서 1단계 무역합의(스몰딜·부분합의)에 들어가 지난 12일(현지시간)에는 트럼프 서명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진다.
금값 상승세도 해당 시점을 기점으로 함께 주춤하고 있다. 9월 이후 1그램당 5만7000원 선을 맴돌고 있다. 다만 한국금거래소가 내년 금값 전망치를 올해보다 높게 전망하는 등 상승 여력은 여전히 크다는 관측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2020년 개별 금속강세 강도에 대해 금·은 → 전기동 → 니켈 → 아연 → 알루미늄 순으로 예상했다. △무이자 자산으로서의 역할 △통화로서의 지위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 등을 금값 상승요인으로 꼽았다.
반대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직접투자는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미국 주식 결제 건수는 13만4000건으로 전년 동월(6만8000건) 대비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10월 미국 주식 결제금액은 24억9200만 달러로 전년 동월(20억2700만 달러) 대비 23% 증가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금액도 9월말까지 121억5264만달러를 기록해 이미 지난해 연간 매수금액을 넘어섰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은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와도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면서 "미중 무역분쟁 완화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변동하는 등 여러 지표들이 시장 상황을 말하고 있어 투자에 민감한 고객들이 발빠르게 반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줄자 시중은행의 골드바(금괴) 판매량이 급감하며 '금테크' 열풍이 잦아졌다.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