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내년부터 시세 9억원 이상의 고가부동산을 중심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한층 높아진다. 가격이 높고 현실화율이 낮을수록 제고폭을 확대해 상대적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높은 저가 부동산과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내용의 '2020년 부동산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공시가격안에 대한 의견청취 전 이같은 공시가격 산정방식과 공시제도 운영 방향을 밝히는 것은 지난 1989년 제도 도입 이래 처음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홍 부총리, 김현미 국토부장관, 김현준 국세청장. 사진/뉴시스
공시가격은 보유세는 물론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부동산 평가 등 약 60가지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된다. 하루 전인 지난 16일 정부가 대출, 세금, 청약 등 각종 규제를 총망라한 고강도 '12·16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이날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방안까지 발표되면서 앞으로 고가 주택 소유자 및 다주택자들의 세부담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우선 국토부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고가·중저가 부동산간의 공시가격 역전현상을 해소하고, 시장 가격을 공시가격에 충실히 반영시킨다는 계획이다.
작년 기준 공동주택 현실화율의 경우 시세 3억~6억원은 68.6%, 시세 15억~30억원은 67.4%로 저가 아파트 현실화율보다 고가 아파트 현실화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내년도 공시가격은 올해 말 시세에 2019년도 현실화율과 추가 현실화율 제고분(α)을 더한 값을 곱해 산정된다.
공동주택의 경우 현실화율 제고는 시세 9억원 이상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현실화율 제고분은 대상 주택 중 올해 현실화율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경우에만 적용한다. 구간별로는 △시세 9억∼15억 70% 미만 △15억∼30억 75% 미만 △30억 이상 80% 미만이다.
또 공시가격 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종의 '상한'을 둬 △9∼15억원은 최대 8%p △15∼30억원은 최대 10%p △30억원 이상은 최대 12%p 이상 높이지 않을 예정이다.
단독주택 역시 시세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만 현실화율을 제고하되 올해 현실화율이 55%에 미달하는 경우로 한정했다. 단독주택 제고분 상한은 △9∼15억은 최대 6%p △15억 이상은 8%p이다.
토지는 영세자영업자가 많은 전통시장을 제외하고 올해 기준 64.8%인 현실화율이 앞으로 7년 내에 70%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현실화율 제고분을 균등하게 반영한다. 예를 들어 올해 현실화율이 63%인 토지의 내년도 현실화율 제고분은 1%p로 하고, 올해 현실화율이 56%인 토지의 내년도 현실화율 제고분은 이보다 높은 2%p정도 반영하는 식이다.
이번 현실화율 제고방안에 따라 내년도 부분별 현실화율은 △공동주택(68.1%→69.1%)은 1.0%p △표준단독주택(53.0%→ 53.6%)은 0.6%p △표준지(64.8%→ 65.5%)는 0.7%p 가량 제고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방안 공개를 계기로 향후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내년 중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로드맵에는 최종 현실화율 목표치, 목표 현실화율 도달기간, 현실화율 제고방식 등이 종합적으로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시가 9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을 20%(현행 40%)로 축소하고, 15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에 대해서는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등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16일 서울 송파구 한 상가의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매 가격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