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행들이 내년 상반기 점포 통폐합에 속도를 낸다. 규제에 따른 대출 증가율 감소, 은행 간 경쟁 심화 등 수익성 감소가 예상되자 서둘러 몸집을 줄이고 경영 효율성 제고에 나서는 모습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예정한 내년 1분기 영업점 통폐합 수는 22일 기준 58개로 확인됐다. 이들 은행은 지난해 같은 기간 17개 영업점 축소에 그쳤으나, 2020년 1분기엔 그 수를 3배 이상 늘리며 구조조정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37개 영업점 통폐합 계획을 밝혀 가장 많았다. 지난해 1분기(13개)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KEB하나은행이 17개, 신한은행 3개, 우리은행 1개 등으로 뒤를 이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 2017년도 축소폭이 컸고 매번 비슷한 추이로 네트워크 통합 과정을 진행해 왔다"면서 "지난해 축소가 적었던 탓에 올해 조정되는 수가 상대적으로 많게 비춰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몇 년간 호황을 누려온 은행사업은 그 기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은행산업 전망과 과제'에 따르면 내년부터 국내은행 대출 증가율은 올해보다 소폭 낮아져 5%대 초중반에 그칠 전망이다. 혁신금융 강화로 기업대출 증가가 늘고는 있지만 부동산 정책 등 가계대출 성장의 둔화를 보전할 만큼의 확대가 어렵다는 관측이다. 오픈뱅킹 등 업권 경쟁심화에 따른 수익성 감소도 예상돼 올 상반기 8.64%였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내년엔 7% 대로 하락할 분위기다.
은행들은 올해도 추가 영업점에 대한 확충 속도를 늦추거나, 기준을 낮게 잡아 변동에 대비해왔다. 금융감독원과 각 은행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해 15개 신규 지점 계획을 세웠으나 8개에 그쳤다. 신한은행 최대 15개까지 계획을 잡고 14개 새 지점을 냈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2개 지점 계획을 세웠으나 6개, 우리은행은 11개 신규 지점을 냈다. 반대로 이들 은행이 2019년 통폐합한 영업점 수는 79개다.
통폐합을 통한 은행 효율화가 가속화하면서 인적 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우리·KEB하나은행은 지난 1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퇴직자가 확정되면 우리은행은 내달 31일, KEB하나은행은 이달 31일 퇴직이 진행된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도 조만간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은행 대출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