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우리은행이 연초 일부 예금상품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타행들의 줄조정 가능성이 점쳐진다. 10월 중순 기준금리 인하에도 우리은행을 비롯한 신한·국민·KEB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신예대율(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 규제 등을 이유로 수신금리 인하를 동결해왔다. 그러나 신예대율에 대비해온 은행들이 조정을 마치면서 예수금 확보 부담이 줄어들자 잇단 금리 변경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은행은 '일부 거치식예금 금리변경 안내'를 공지하고 '우리 SUPER주거래 정기예금(확정금리형)'의 금리를 2일부터 0.1%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 예금은 지난달까지 우대금리 최대 0.4%포인트를 포함해 연 1.9% 금리를 제공하는 대표 상품이다. 이번 금리 변경으로 6개월 예치의 경우는 연 1.3%에서 연 1.2%로, 1개월 예치는 연 1.5%에서 연 1.4%로 각각 조정됐다. 변동된 금리는 시행일 이후 신규 예치부터 반영되며 우대금리 요건은 변동이 없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개별 상품 금리들은 시장금리와 연계해 수시로 조정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이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 인하에 나선 까닭은 예대율 조정을 마쳐 예수금 유치에 부담이 줄어든 탓으로 풀이된다. 예대율은 예수금 대비 대출금 평균잔액의 비중으로 은행의 건전성을 확인하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월말에 이를 파악해 100%가 넘을 시 대출 취급을 제한하는 등 규제하고 있다. 올해부턴 가계대출 축소를 위해 가계대출 가중치는 15% 상향하고 기업대출은 15%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10월 시중금리 인하에도 수신금리 조정을 동결하는 등 새 규제에 맞춘 영업 전략을 이어 왔다.
반면 상대적으로 신예대율에서 자유로웠던 농협은행은 지난달 초 예금금리 조정을 단행한 상태다. 11월말 기준 농협은행의 신예대율은 84.6% 수준이지만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신예대율은 98.19%, KEB하나은행 99.08% 등으로 시중은행들의 신예대율 환산치는 100%에 가까웠다.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새 규제에 여유가 있었지만 공격적 대출 영업에 따른 우려로 금리 인하를 망설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올 9월말 기준 가계대출 규모는 약 120조원으로 1년 새 9.6%(10.5조원) 증가해 시중은행 중 가장 성장이 가팔랐다. 이 기간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8.7% 늘어났으며 KEB하나은행 6.3%, 국민은행 4.3% 수준으로 증가했다.
수신금리 인하는 다른 은행에 비해 고객 서비스가 나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 지난 7월 기준금리 인하 당시 은행들은 2~3주 기간 동안 일제히 금리를 낮췄는데, 하루라도 경쟁 은행보다 늦게 낮추기 위한 눈치싸움이 치열했다. 오픈뱅킹으로 은행 간 경쟁이 늘자 섣불리 금리 조정에 나서기 어려운 까닭도 크다.
우리은행이 선제적인 금리 인하에 나선 만큼 신한·국민·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도 수신금리 조정을 위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이 지난 31일 발표한 '2019년 11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가계대출 금리도 하락세다. 대출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용으로 취급되는 예금 금리를 계속해 높게 유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시중은행 창구가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