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과 관가에서 '수도권 공공기관 추가 이전' 논의에 불이 붙을 조짐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지역구를 기반으로 하는 국회의원의 경우 공공기관 유치가 사실상 지역 경제를 살리는 최대 호재가 분명한 만큼 이를 앞당기기 위한 논의가 물밑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12일 정치권과 관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종료된 153개 공공기관 이전 1차 사업 평가 용역 보고서가 오는 3월 종료 예정에서 5월로 연기됐다. 이는 국토연구원이 수행 중인 '혁신도시 성과평과 및 정책지원 용역'이다. 주로 1차 이전 사업에 대한 중간 점검 및 추가 발전방안이 주로 담길 예정으로 지금까지 추진한 일종의 1차 이전에 대한 성적표인 셈이다.
문제는 전체 연구 용역의 일정은 그대로 진행하더라도 1차 이전 기관 중에서 지역으로 먼저 내려간 한국전력공사(2014년 나주)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2015년 진주) 등과 같이 큰 기관의 성과평가를 이른바 초안 형태로 낼 수 있어서다.
실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전한 지 몇 년이 지난 한전이나 LH 등의 경우 지역인재 고용과 같은 고용창출이나 사회공헌, 지역 기업의 매출 증대 등의 지표가 이미 정리 돼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이전 효과를 산출해 2차 이전의 효율성을 따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구 용역 자체를 무리하게 앞당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이전한지 최소 4~5년이 지난 기관의 경우만 취합해 초안 형태로 중간 보고가 이뤄지도록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세종의사당을 포함해 2차 공공기관과 공기업 이전 방침을 밝히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2차 대상은 공식적으로는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서울 지역 99개 기관을 포함해 인천 3개, 경기 20개 등 총 122개 기관이다. 이들 기관에 근무하는 인원만 약 5만8000명으로 이 중 1000명 이상이 근무하는 곳은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기술보증기금,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이 꼽힌다.
물론 정부는 표면적으로 원론적 입장을 고수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도권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킨다는 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소재가 큰 아젠다"라며 "여당 입장에서는 총선공약으로 충분히 논의할 순 있지만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사회적 공감대와 논의를 거친 후에야 가능한 얘기"라고 설명했다.
주무부처 장관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작년 국정감사장에서 김 장관은 "공공기관 이전은 사회적 합의와 절차가 필요하다"며 "혁신 도시에 대한 성과 평가 용역 결과를 보고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에 추가 이전에 대해 결정짓겠다"고 말했다.
앞서 노무현 정부 때 추진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혁신도시 조성 사업은 수도권 과밀화 문제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이후 지난 2003년 기본구상 발표와 2005년 혁신도시 및 이전대상 공공기관 지정 발표, 2007년 10개 혁신도시의 개발예정 지구 지정 등의 과정을 거쳤다.
한편 1차 153개 공공기관 이전은 지난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충북 혁신도시 이전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현재까지 이동한 인원은 총 5만2000명이며, 지방 혁신도시로 112개 기관(4만2000명), 세종시로 19개(4000명) 기관이 각각 이전했다. 또 22개(6000명) 기관은 오송과 아산 등 타지역으로 개별 이전을 마쳤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