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4대 금융지주가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예고했다. 꾸준히 늘어난 자산이 수익을 견인하면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순이자마진(NIM) 하락, 사모펀드 여파에 따른 수수료 이익 감소 등으로 예년만큼의 성장은 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0일 증권가 전망치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합계는 11조3307억원으로 재작년 10조4844억원보다 8%(8464억원)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4분기 전망치를 3분기 누적 순이익 합계에 합산한 것으로, 금융사들의 지난 4분기 실적은 내달 첫째 주 발표될 예정이다.
4대 금융지주가 전망대로 실적을 달성하면 지난 2018년 사상 첫 10조원을 넘은 데 이어 1년 만에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 치우는 셈이다. 각 금융사별 역대 최고치 달성도 예상된다. '리딩뱅크' 경쟁에서는 신한지주가 KB금융지주를 제치고 2년 연속 수성에 성공할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사별로 신한지주의 2019년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3조4864억원으로, 2018년 3조1567억원보다 10.4%(3297억원) 증가했다. KB금융지주는 3조3487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돼 재작년 3조689억원 대비 9.1%(2798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는 2조4740억원으로 10.4% 수준 증가하고, 우리금융지주는 2018년에 소폭 상회한 2조216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안심전환대출 취급에 따른 마진 하락에도 높은 자산성장으로 이자이익을 지켜내는 분위기"라면서 "(지출도) 계절적 판관비 증가, 희망퇴직 비용 외에 대규모 특이요인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지주들의 잇단 '실적 잔치'는 지난해로 마감할 공산이 크다. 핵심 자회사인 은행의 수익성 지표가 나빠지고 있어서다. 금융권에선 가계대출 규제 강화·DLF사태 여파에 따른 수수료 이익 감소 등 과거와 같은 성장을 보이기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NIM(순이자마진)은 이미 하락하는 추세다. 신한은행의 작년 3분기 NIM은 1.53%로 전분기보다 5bp(100bp=1%) 떨어졌다. 이 기간 국민은행도 3bp 낮은 1.67%의 NIM을 나타냈으며 KEB하나은행은 1.48%, 우리은행 1.40%으로 각각 7bp, 9bp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올 4분기도 이들 은행의 NIM 평균치가 3~6bp 수준으로 떨어질 것을 보고 있다. 올 4월에 추가 기준금리 인하설이 나오고 있어 앞으로의 NIM 전망도 어둡다.
주요 먹거리였던 가계대출도 규제 강화에 따라 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지난달 주담대·전세대출·신용대출 등을 규제대상으로 묶는 12·16부동산 대책과 함께 신예대율(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 적용으로 은행의 가계대출 영업을 옥죄고 있다. DLF사태, 라임사태 등 잇단 사모펀드 논란이 커지고 있어 비이자수익 부분 감소도 예상된다. 데이터3법이 통과하면서 ICT(정보통신기술) 금융업으로의 경쟁 확대도 부정적이다. 이에 금융사들은 비은행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글로벌 시장 진출, 디지털 전환 가속 등을 대응책으로 꼽으며 새 성장동력 확보에 분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해외진출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으나, 금융업이 해외에서도 규제산업이다 보니 안착이 쉽지가 않다"면서 "추가 금리인하, 가계대출 규제 강화, 사모펀드 논란 등 악재에 올해부턴 자산성장세가 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