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댓글과 실시간 검색어 조작 금지를 위한 '실검법'이 실효성 없는 과잉 입법이란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여야 합의를 통해 국회 계류 중인 실검법에 대해 업계와 시민단체들은 애매한 규정으로 위헌 소지가 크고, 사적 검열을 조장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여론 조작 등 정치적 이슈가 부각되면서 국회의원들을 위한 입법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온다.
12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체감규제포럼과 디지털경제포럼, 연세대 IT정책전략연구소 주최로 '매크로 금지법(실검법)에 대한 진단과 논의' 세미나가 열렸다. 최민식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발제를 통해 "지난 드루킹 사건과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20대 국회에서만 매크로 금지 관련 법률이 23개 발의된 상태"라며 "지난달 국회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잠정 합의하면서 실검법 통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이용자는 부당한 목적으로 자동화 프로그램(매크로)을 통해 정보통신 서비스를 조작하면 안되고, 위반시 형사처벌을 받는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정보통신 사업자는 해당 서비스가 이용자로부터 조작되지 않도록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다만 의무 의반시 처벌조항을 따로 두지 않았다. 최 교수는 "정보통신망법상 금지되는 '조작' 행위는 모호한 개념"이라며 "사업자도 이용자의 '부당한 목적'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해 위헌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또 "매크로 조작을 완벽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업자에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의무를 부과하는 일이 타당한가"라며 "오히려 매크로를 통해 피해를 입은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 역시 "포털에 올라오는 기사만 따져도 하루 평균 1만4000여개"라며 "거기에 댓글까지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사업자들이 감당하기 힘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검법의 실효성 문제에 더해 해외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도 제기됐다. 실검법이 통과돼도 국내 사업자와 같은 기준에서 해외 사업자들을 규제할 수 있냐는 의문이다. 장준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해외 사업자들의 경우도 역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국내법 적용을 받을 수 있다"며 "다만 해외 사업자를 실제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모호한 내용을 포함하는 실검법을 통해 일괄적으로 규제하면 표현의 자유 침해 등 부작용이 크다"며 "업무방해나 공직선거법 등 기존 법률을 활용해 최소한의 법적 규제를 적용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12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매크로 금지법(실검법)에 대한 진단과 논의' 세미나가 개최됐다. 사진/안창현 기자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