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앵커]
조선업 하도급 ‘갑질’이 이제는 사회 문제로 대두된 지 10년이 다 돼 가는데도 아직까지 제대로 피해 구제를 받은 업체가 없습니다. 법원에 소송을 내도, 공정위가 제재를 가해도 속수무책인데요. 결국 법을 만드는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도에 최서윤 기잡니다.
[기자]
현대중공업 사내하도급 업체였던 경부산업의 한익길 대표는 2016년 못 받은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패소했습니다. 이유는 증거불충분. 애초에 시공을 먼저 한 뒤 형식적으로 작성한 허위계약서였기 때문에, ‘선 시공 후 계약’, ‘대금 후려치기’ 등의 피해를 증명하기 어려웠던 겁니다. 대부분의 협력사들이 민사소송으로 피해를 구제받지 못한 이윱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를 가해도 그뿐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지만 행정소송에서 대형로펌 김앤장을 방패로 공정위 결정을 뒤집었습니다. 공정위는 지난달 현대중공업에도 과징금 208억원 등의 제재를 했지만 현대중공업도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다음 달 나올 삼성중공업 심판 결과에도 별다른 기대를 걸 수 없는 이윱니다.
결국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입법에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도급법을 보다 정교하게 개정해 조선업 하도급 ‘갑질’ 피해를 막자는 겁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김남주 변호사는 계약서에 최대한 상세 내용을 기재토록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업은 대형조선사가 작업물량을 시간으로 환산해 대금을 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물량을 시간으로 환산하는 지수인 ‘표준품셈’ 산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분쟁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또 객관적인 ‘통상 하도급대금’과 ‘손해배상액’을 추정하는 규정을 넣자고 제안했습니다. 별도의 용역기관이 산정한 대금이나 조선3사의 거래 대금을 비교하는 방법 등이 있는데, 하도급대금이 제대로 산정됐는지. ‘가격 후려치기’가 있었다면 얼마만큼 이뤄졌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증거인멸 등 공정위 조사나 법원 소송을 방해하는 행위도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하도급 거래 분쟁이 발생할 때 대형조선사가 직접 불공정거래가 아니라는 걸 입증하는 의무를 지게 하기만 해도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업 하도급 관행을 직접 현장 조사하기도 했던 공정위 관계자는 조선업 사내하도급만큼은 하도급법이 아닌 노동법상 파견업종으로 규율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조선업 사내하도급 업체들은 대형조선사에 용역을 공급하기만 할뿐 별도의 사업을 영위하지 않습니다. 직원들의 출근시간과 휴식, 휴가까지 모두 대형조선사가 통제하고 업무 지시도 내립니다. 이에 노동자들도 현재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해 다투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법원이 사내하도급 소속이던 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도급이 아닌 파견 근로자로 인정하긴 했지만, 얼마 전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1심에서 패소해 결과를 예단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옵니다. 20대 국회에는 아직 41건의 하도급법 개정안이 계류 중입니다. 총선이 3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21대에서라도 논의를 이어가려면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뉴스토마토 최서윤입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