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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라임사태 전모 철저히 밝혀야
입력 : 2020-02-07 오전 6:00:00
하종선 변호사
국내 1위 사모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의 1조7000억원에 달하는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해결될 기미는 커녕, 오히려 업계 전체로 환매 요청이 쇄도하는 '펀드런'으로 번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엄청난 사태의 핵심 인물은 라임의 최고운영책임자(CIO) 이종필 전무다. 그는 라임의 메자닌 펀드가 전환사채를 사들인 코스닥 상장사 리드의 800억 횡령사건에 연루돼 작년 7월부터 수사를 받아 오다가  구속영장이 청구됐는데, 영장실질심사일인 작년 11월15일 법원에 출두하지 않고 잠적해 버렸다. 때문에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 지명수배된 인물이다.  
 
그런데 이 전무의 잠적 직후인 작년 11월26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발표를 계기로, 라임의 무역금융펀드 플루토 TF-1호의 자금 일부가 미국 뉴욕에서 무역금융 펀드를 운용하는 IIG(International Investment Group)의 폰지사기에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SEC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2년 설립돼 뉴욕에서 무역금융펀드를 전문적으로 운용해 온 IIG는 남미 커피 제조업체와 수산물 수출업자에게 대출해 준 6000만불이 디폴트 나는 등 손실을 입게 된다. 그러자 2007년부터 파나마에 페이퍼컴파니를 설립해 만든 허위 무역금융채권을 디폴트난 대출채권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속여 유치한 투자금으로 기존에 손실이 난 부실펀드 돌려막기를 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부실이 해소되지 않고 10년 동안 부실이 크게 불어나자 IIG는 이를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돌려막기로 하고, 2017년 6월 신규 펀드를 설립해 투자자를 물색하던 중, 7000만불을 고정투자자(anchor investor)로 투자하겠다는 외국투자자를 만났다고 한다.  미국 SEC는 이 외국투자자가 누구라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라임의 IIG 투자액이 2400억원이라고 밝혀진 사실에 비춰보면 그가 바로 이 전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전무가 왜 하필 폰지사기를 하려는 IIG와 연결됐는지, 이 전무는 투자할 펀드에 대한 실사(Due Diligence)를 누구에게 맡겨 어떻게 실시했는지, 이 전무 등 담당자들은 접촉과정에서 IIG가 이상하다는 감을 전혀 잡지 못했는지, 실사결과 IIG가 투자대상으로 적합하지 않았지만 다른 이유로 투자하기로 결정했는지 등 여부가 밝혀져야 할 의혹들이다. 
 
라임사태에서 우선적으로 밝혀져야 할 사항은 이 전무가 IIG의 폰지사기를 언제 처음 알았느냐이다 . 미국 SEC의 IIG에 대한 폰지사기 조사개시가 조사결과 및 인가취소가 발표된 작년 11월26일로부터 최소한 1년 전인 2018년11월경 이뤄졌을 것이므로, IIG측에서 최대투자자인 이 전무에게 조사받고 있다는 사실을 작년 5월경에는 알렸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 전무가 작년 6월 무역금융 펀드(플루토 TF1호)에서 IIG 펀드에 투자한 지분 일부를 싱가포르의 한 회사에 넘기고 약속어음 형태로 투자자산을 대체해 넣었다고 알려진 사실도 이와 같은 IIG 폰지사기 인지시점이 2019년 5월경이라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이와 같이 IIG 폰지사기를 알게 된 이 전무는 작년 5월 말~6월 초부터 IIG 폰지사기로 인한 무역금융 펀드(플루토 TF1호)의 투자손실에 대한 대책을 다급하게 세우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설상가상으로 검찰은 이 무렵 리드횡령사건과 관련해 이 전무를 본격 수사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일부 펀드에서는 유동성 위기가 나타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삼각파도가 몰려오자 다급해진 이 전무는 자신이 IIG의 폰지사기를 당한 피해자이면서도 이를 은폐, 한 수 더 떠서 라임의 정상펀드들에서 여유자금을 빼내 IIG 폰지사기를 당한 플루토 TF-1호 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로 부실이 난 다른 부실펀드들로도 집어넣어 돌려막기를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전무는 아시아 무역금융 전문 운용사인 트랜스아시아프라이빗캐피털의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라임 아시아무역펀드 1호'가 만기일인 2019년 11월18일에 청산될 예정이어서 확보한 상환자금 약 50억원을 상환에 쓰지 않고 작년 9월18일 IIG 폰지사기를 당한 '플루토TF-1호'에 넣었다.  
 
아울러 이 전무는 정상펀드인 '라임 크레디트인슈어런스무역금융펀드'의 여유자금도 부실 펀드인 '라임 플루토FI D-1' 등에 집어넣었고, 정상적으로 운용중인 코스닥 벤처투자펀드들의 자금도 부실펀드에 집어넣었다. 이 전무는 이와 같은 정상펀드로 부실펀드 돌려막기를 작년 10월 1차 환매중단 2개월 전인 8월부터 라임의 복수의 정상펀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저질렀다. 
 
이와 같은 선관의무에 반하는 돌려막기에 대해 이 부사장이 펀드약관상 허용된 투자 대상이라고 하면서 견강부회식 항변을 뻔뻔하게 했던 사실은, 이 전무가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판매한 펀드들이 예기치 않은 장애물에 부딪혀 부실됐을 때에는 정상펀드로 부실펀드 돌려막기를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게 한다. 
 
이 전무가 잠적한 상태에서는 위에서 열거한 수많은 의혹들이 풀릴 수가 없고, 라임사태의 실체적 진실이 시원스럽게 밝혀질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금융감독 당국은 최소한 미국 SEC에 협조요청을 해서 IIG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이 전무 관련 사실들을 파악하고, 라임에 충분한 조사인력을 신속 투입해 남아있는 자료와 데이터에 대한 분석과 관련자 문답을 통해 이 전무가 저지른 위법행위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수습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종선 변호사
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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