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주요 시중은행이 쌓은 지난해 대손충당금이 1년 새 무려 22% 증가했다. 경기 둔화 우려로 가계·기업부채 부실 가능성이 커지자 은행들이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은행들이 공시한 경영실적현황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지난해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581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4752억원)과 비교하면 22.4% 늘었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손실 우려가 있는 대출금 사전에 비용으로 처리하는 회계 항목이다. 전입액이 늘었다는 건 집행된 대출 등 상품의 부실 우려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특히 신한은행의 지난해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3513억원으로 전년(2421억원) 대비 45.1% 증가했다. 국민은행이 쌓은 충당금은 1132억원으로 전년보다 16.6%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174억원을 쌓아 14% 가량 줄었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의 실적 희비도 갈랐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지난해 당기 순이익 각각 2조4391억원, 2조3290억원을 기록했다. 불과 1100억원 차이로 충당금만 제외하고 보면 신한은행이 은행권 실적 1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제 전망이 안 좋기 때문에 작년보다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고 있다"면서 "DLF·라임사태에 따라 충당금을 더 쌓은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감소에도 은행들이 충당금을 더 쌓는 이유는 경기 전망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전산업의 업황 BSI는 전월보다 1포인트 하락한 75였다. 기준치 100을 넘으면 경기 전망을 좋게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며, 그 아래는 반대다.
중소기업 대출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의 올해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1월에만 4조4214억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8049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해 약 5.5배 많은 금액이다. 정부가 은행이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늘리라는 의미로 신예대율을 올해부터 적용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부실징후를 보이는 기업 가운데 중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6년 84.6%에서 2019년 95.7%로 뛰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민·신한·하나은행의 부실대출(NPL)커버리지 비율도 일제히 100%를 넘어섰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NPL커버리지 비율은 130.2%로 전년대비 7.9%포인트 올랐다. 이 기간 하나은행도 116%로 24.5%포인트 올랐다. 신한은행은 26%포인트 감소했지만 여전히 116%를 기록해 100%를 크게 웃돌았다.
주요 시중은행이 경기 둔화 우려에 지난해 쌓은 대손충당금이 22% 증가했다. 사진은 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염색산업단지.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