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현대·기아차가 코로나 19사태로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았다. 중국산 부품 수급 차질로 공장을 제대로 돌리지 못하면서 판매와 실적에 타격을 피할 수 없는 것은 악재지만 코로나 19 여파로 인한 배터리 가격 하락은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손익에 긍정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이날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코나와 벨로스터 등을 만드는 울산 1공장의 문을 닫는다. 버스와 트럭을 만드는 전주공장을 제외하고 모든 공장을 가동한 지 하루만이다. GV80과 팰리세이드를 생산하는 울산 2공장도 21일 하루 동안 휴업한다.
현대자동차가 코로나 19사태에 따른 중국산 부품 수급 문제로 가동을 재개했던 공장을 다시 멈추면서 생산 차질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19사태가 배터리 가격 하락을 촉진해 전기차 손익에는 긍정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진은 지난 10일 휴업으로 한산한 울산 현대자동차 명촌정문 모습.사진/뉴시스
중국에서 만든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량이 부족한 탓이다. 와이어링 하네스를 만드는 중국 공장들은 모두 공장을 가동 중이지만 출근 직원 수가 적어 생산·공급량이 부족했다. 부품이 없다 보니 현대차 공장도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졌고 생산을 멈추게 됐다.
와이어링 하네스를 중국에서 85% 이상 공급받던 상황이라 동남아 등에서 가져와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아자동차 같은 이유로 14일부터 재가동하려던 소하리 공장의 휴무를 오는 19일까지로 연장했다.
과거 사례를 고려할 때 일주일 정도 공장을 멈춰도 특근 등으로 밀린 물량을 감당할 수 있어 현대·기아차가 큰 타격은 피할 가능성이 있다. 공장별로 하루에서 9일까지 차이가 있지만 현대·기아차 공장의 평균 휴업 일수는 4.5일 정도다.
문제는 수급 차질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이번 주를 넘기지 않을 것이란 기대와 중국 부품 공장의 정상화는 이달 말쯤에나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공존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연간으로 봤을 때 충분히 만회 가능한 수준이지만 이달 말까지도 공장을 제대로 돌리지 못한다면 타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부품 문제가 장기화하면 인기 차량 판매는 물론이고 앞으로 나올 신차 출시 등도 꼬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위기를 맞기는 했지만 집중 육성하고 있는 전기차 부문에는 오히려 기회란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 19사태로 중국의 자동차 생산이 멈추면서 공급 과잉으로 떨어지고 있는 배터리 가격의 하락 폭이 더 커져 전기차 손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점에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급감으로 배터리가 과잉 공급되면서 가격이 평균 7~8% 하락했는데 올해도 전기차 수요가 회복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작년 평균 하락률을 적용하면 올해 배터리팩 가격은 145달러/kWh로 낮아지고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원가가 동일한 수준으로 떨어지는 100달러/kWh가 되는 시점이 기존 예상보다 2년 빠른 2023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